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솽쉐타오 지음│유소영 옮김│민음사
'나'는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십년지기 친구인 '안더례'를 다시 만난다. 학창시절 '나'와 안더례는 자타 공인 문제아였지만, 그는 '나'에 대해 호감과 신뢰를 보여 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들이 다닌 학교는 입학시험에서 1등을 해도 9천 위안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내야 들어올 수 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곳을 '9천 반'이라고 불렀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학교에 들어온 아이들은 다시 갑, 을, 병, 정 네 반으로 나뉘고, 성적에 따라 '학교 안의 학교'가 만들어졌다. '나'와 안더례는 정(丁) 반의 맨 뒷자리에서 모든 것을 자포자기한 채 공부와 담을 쌓지만, 선생들을 놀라게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중간고사에서 학년 1등을 차지한다. 안더례는 '나'의 성적을 듣고 펄쩍 뛰어올라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학년 1등을 한 학생에게 해외 연수 특전을 준다는 정보가 나온 후, 시험에 오류가 있었다며 '나'가 아닌 다른 학생이 1등으로 발표된다. 그리고 학교에 커다란 대자보가 붙는다.
중국 현대 작가 솽쉐타오의 소설집 『9천 반의 아이들』에는 경쟁 사회의 축소판에서 살아가는 청년 세대의 모습을 담은 중·단편 열 편이 실렸다. 등장 인물들은 공정한 경쟁을 무너뜨리는 반칙 행위에 대해, 자신이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즉각적인 거부감을 드러내는 사회적인 감수성을 보여준다.
표제작 「9천 반의 아이들」에는 학교에서 벌어진 내신 부정을 목격하고 피해자를 위해 대자보를 쓰는 소년이 등장한다. 「기습」에서는 온라인 게임에서 반칙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유저를 오프라인 현실에서 응징하는 대학생의 모습을 통해 요즘 청년 세대가 얼마나 공정이라는 키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보여 준다.
성실과 유머로 무장한 채 현실을 돌파하는 청년들의 모습은 대책 없는 낙관이 아니고서는 희망을 품을 수 없는 현실을 보여 준다. 국경을 뛰어넘는 '웃픈' 동질감이 퍼진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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