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대덕구청 별관에서 마을영화 '88번길의 기적'이 촬영중이다. |
28일 새벽 4시까지 촬영한 포장마차 세트장 모습. |
29일 마지막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대덕구 최초의 마을영화 '88번길의 기적' 촬영현장을 방문했다. 대덕구 별관에서 촬영된 이날 첫 씬은 공무원인 재현과 마을주민 은혜가 만나는 장면이다. 두 주인공은 문화적 도시재생이 들어온 한남로 88번길을 배경으로 주민들과 합심해 영화를 촬영하며 공동체 삶에 대한 화두를 보여준다는 스토리다.
'88번길의 기적'은 지난 4월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적 도시재생 사업에 대전·충청권에서는 대덕구가 유일하게 선정되면서 시작된 프로젝트다. 대전 출신의 배기원 감독이 연출을 맡고, 한남대 대학생 배우들과 지역주민들이 조연으로 참여해 의미를 더한다.
촬영에 앞서 만난 배기원 감독은 "영화의 주제는 개인주의 삶이 만연한 이 시대에 공동체가 무엇이냐에 대한 이야기다. 문화적 도시재생을 통해 주민들이 합심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려 한다"고 밝혔다.
한남로 88번길은 영화의 주 무대지만, 배 감독은 고민이 많았다.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문화적 유산이나 인물이 없는 탓에 대덕구의 모습을 영화에 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배 감독은 "촬영에 앞서 대덕구 곳곳을 살펴봤는데, 아무것도 없더라. 심지어 자료조차 없었다"며 "구전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를 책이나 자료, 영화로 만들지 않으면 사라질 수밖에 없다. 대덕구도 개발을 시작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대흥영화사는 대전의 스토리를 기록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만들어가야 한다. 마을영화 88번길의 기적은 대전 스토리 기록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마을영화답게 오정동과 88번길에 거주하는 지역민들이 조연으로 영화에 대거 등장한다. 촬영 전 오디션을 통해 한남대 대학생 배우들과 지역주민 배우를 직접 선발했다. 이 중에는 오정동 50년 토박이도 있다. 비중있는 역할을 맡았고 연기도 꽤 훌륭했다는 촬영 후일담도 전해진다. 주연 남자배우는 서울에서 300: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 됐다. 그런데 알고보니 대전출신이였다. 배 감독은 "이건 운명이다"라고 말했다.
배기원 감독은 아름다운 대전을 영화에 담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해 촬영한 장편 '대전로코'도 중앙시장, 지하상가, 삼천교, 옛충남도청사 등 대전의 역사적 명소 일대를 담았을 정도다. 결국 배 감독이 영화로 보여주고 싶은 것은 그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아름다운 도시 대전'인 셈이다.
배 감독은 "대전에서 상업영화가 많이 촬영된다. 그러나 대부분은 스쳐 갈 뿐, 대전이라는 곳이 묻히고 만다"며 "대전을 타이틀로 마음껏 대전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마을영화 88번길의 기적은 닷새간의 촬영 후 후속 작업을 거쳐 12월 말 혹은 1월 초 공개될 예정이다. 러닝타임은 30분이다.
한편 영화 타이틀곡은 대전에서 활동하는 알찬밴드의 '희망이 왔어요'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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