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톡] 머리에서 가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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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톡] 머리에서 가슴까지

남상선/ 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조정위원

  • 승인 2019-10-27 10:15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과학 용어에'광속'이라는 말이 있다. 광속은 빛의 속도를 말하는 것으로 이 빛의 속도는 초속 30만 km나 된다. 또 광속에 1광년이란 단어도 있는데 빛이 1년간 가는 거리를 가리키는 개념이다. 이와 같이 광속은 빠른 속도를 말할 때 쓰는 단어이지만 천문학적으로 엄청나게 먼 거리를 나타낼 때 동원되는 말이기도 하다.

요즈음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485Km의 거리도 2시간대에 갈 수가 있다. 또 1억 5000만 km 되는 태양까지도 광속 8분 20초면 도달할 수가 있다.

그런데 머리에서 가슴까지 불과 40Cm밖에 안 되는 거리를 평생 가도 못 가는 사람이 있으니 이것은 어찌된 일일까?

그것은 바로 그 사람의 머리와 가슴에 눈으로 볼 수 없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머리와 가슴 모두에 문제가 있거나 아니면, 최소한 머리 가슴 두 개체 중 어느 한 쪽에 문제가 있어 가슴이 따뜻하게 제 기능을 못하게 하는 데에 있다.

문제성이 있는 머리는 그 사람을 지배하는 뇌리속의 심리가 사람답지 않은 것만을 지시하고 명령한다. 거기다가 가슴까지 따뜻하지 못한 사람은 온갖 악행의 행동만 일삼는다.

반면에 머리에서 사람다운 좋은 행동거지를 지시해도 따뜻한 가슴이 없으면 머리 따로 가슴 따로이어서 머리의 좋은 생각이 가슴에 전달되지 못한다. 그 결과는 평생 가도 못 가는,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가 되는 것이다.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이 없는 사람은, 사람답지 못한 심리가, 바르지 못한 비뚤어진 마음이, 오욕칠정 중 부정적인 정서가, 착하지 못한 악심이, 답지 않은 심리로 역기능의 행동을 하게 된다. 그리하여 평생 가도 못 가는 머리와 가슴으로 살아야 한다. 따뜻해야 할 가슴이 제 기능을 못하는 삶이니 이보다 더한 안타까움이 어디 있으랴.

머리와 가슴에 모두 문제가 있거나 함량 미달인 사람은 사람냄새 풍기고 사는 삶에 결함투성이어서 자신이 쌓아 놓은 철옹성에 갇히게 마련이다. 그리하여 머리와 가슴은 그 철옹성 때문에 통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어쩌다 긍정적인 것을 머리에서 명령하더라도 따뜻한 가슴이 없어 행동으로 실천이 어렵게 되는 것이다.

온갖 만행으로 교도소를 제집같이 드나들던 전과 30번 이상의 죄수가 개과천선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다.

머리에서 생각한 냉철하고 이성적인 것을 두뇌에서 명령을 내렸어도 수용 불능의 차가운 가슴이라면 머리 따로 가슴 따로가 되는 것이다.

정작 그런 사람은 머리에서 가슴까지 평생 가도 못 가는 삶을 살다 죽는 것이다.

사회악을 일삼다 죽은 사람이나 사상범으로 전향하지 못하고 생을 마친 사람들이 다 그런 사람들이다. 거기다 독재자 김일성을 비롯한 로마의 네로황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으며 유태인을 무참히 학살했던 히틀러 같은 사람까지 손꼽을 수 있겠다. 또 평생 불효만 하다가 죽은 사람들도 다 그런 것을 뒷받침해 주는 것이리라.

아무리 악하고 지탄받는 삶을 사는 사람일지라도 평생에 한 번쯤은 좋은 생각으로 선하게, 바르게, 사람답게 살아 보려는 생각은 다 해 보았을 것이다.

사람다운 행동으로 선하게 바르게 윤리 도덕적으로 사회를 위해서, 부모님을 위해 도리를 다하며 살라는 명령을 머리에서 내렸어도, 결과는 따뜻한 가슴이 없고 욕심이 앞서는 생활이어서 머리 따로 가슴 따로 사는 삶이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머리에서 가슴까지는 평생 가도 못 가는, 세상에서 가장 먼 가리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머리에서 가슴까지 물리적으로는 가까운 거리지만 심리적으로 평생 가도 가슴에 전달 실천이 안 되는 거리니 두부(頭部)에서 흉부까지는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가 되리라.

사람의 머리는 차갑고 냉철해야 하며, 가슴은 따뜻하게 살아야 한다.

이런 삶에서 사람냄새도 풍겨 나오는 것이며, 거기에서 우리는 동물 세계에서는 볼 수 없는 사람의 참모습을 눈요기라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을 보면 머리는 차갑고 냉철한데, 가슴이 따뜻하지 못해서 안타까운 사람도 있다. 또 머리와 가슴은 있는데 그 모두가 동토지대의 산물인 것처럼 차갑기 이를 데 없는 사람도 있다. 혹자 가운데에는 머리까지 둔탁하여 판단력 부재에 가슴마저 냉혈이어서 온갖 사회악으로 난장판을 만들며 사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남의 삶만 참견할 것이 아니라 내 자신도 성찰해보아야겠다. 나라는 사람도 평생 가도 못 가는 머리와 가슴으로 사는 사람은 아닌지 한 번 맥을 짚어 볼 일이다.

아니, 가슴 따로, 머리 따로 사는 사람은 아닌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볼 일이다.

내 머리와 가슴도 영하 40도 동토지대의 삶으로 운운되는 것은 아닌지 이마를 짚어 볼 일이다.

그것도 아니면, 머리는 있어도 가슴이 작아서 숨만 헐떡거리는, 사람다움 없는 식물인간은 아닌지 간도 좀 볼 일이다.

머리에서 가슴까지.

우리 주변에는 천리향 만리향의 사람냄새로 칭송을 귀에 걸고 사는 사람도 있지만, 사람 가슴이 없어 평생 가도 못 가는 머리와 가슴으로 사는 동물도 있다.

아니, 40㎝밖에 안 되는 길이를 평생가도 못 가는 거리로 사는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짐승도 있다.

달나라도 화성도 단 시간에 가는 세상인데 40㎝밖에 안 되는, 머리에서 가슴까지를 평생 가도 못 가는 그런 냉혈 가슴으로 살아서야 되겠는가!

머리에서 가슴까지.

이름 석 자의 내 얼굴이 짐승을 닮아 가는 것은 아닌지!

그것도 아니면 하늘에, 부모에, 부끄럽지 않은 맥으로 뛰고 있는지 청진기를 한 번 대 볼 일이다.

남상선/ 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조정위원

남상선210-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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