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매일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응급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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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매일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응급실

하루 평균 100여 명 넘는 환자 응급실 내원
난폭한 주취자 상대에 의료진 '한숨'

  • 승인 2019-10-28 08:54
  • 신문게재 2019-10-28 5면
  • 신가람 기자신가람 기자
"중환자실로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26일 밤 12시, 대전성모병원 응급실 내의 심박수 측정기는 환자의 응급 여부를 알리듯 요란하게 울리고 있다. 측정기에 빨간 불이 들어오자 간호사는 황급히 환자에게 달려가 상태를 파악하고, 잠시 진정이 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빨간 불이 다시 들어오곤 했다.

응급실 르포2
폐 손상이 심한 환자 상태를 수시로 파악하고 있는 간호사<사진 상단> 해당 환자의 보호자<사진 하단>
해당 환자는 이틀째 응급실에 있는 환자다. 폐의 심한 손상으로 전날에는 심폐소생까지 진행했고, 인공호흡기로 숨을 유지하고 있다. 응급의학과 박경남 교수는 "해당 환자의 상태가 심각해서 중환자실에 보고했고, 중환자실 측에서 답이 오면 바로 옮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5분쯤 지나자 구급차 한 대가 서둘러 환자를 이송했다. 50대 중년의 여성이 머리를 잡으며 보호자와 함께 들어왔고, 의료진들은 즉시 환자의 중증도를 파악했다.



환자의 상태파악이 끝나기도 전에 응급실 입구를 돌아보니 종아리 부근에 많은 피를 흘리는 20대 남성이 들어오고 있다. 의사가 상처를 보려 붕대를 들자 피는 계속 흐르고 있다.

해당 환자는 "일식집 주방에서 일하는데, 칼을 떨어뜨렸다"며 "통증은 심하지 않지만, 출혈이 너무 심해 꿰매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응급실 르포3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 상태를 파악하는 의료진과 소방대원
이후 소주 8병을 넘게 혼자 마셔 실려 온 20대 남성, 콧속에 이물질이 들어간 여자아이 등 예상할 수 없는 환자들이 수시로 응급실로 실려 왔다.

하루 평균 100여 명이 넘는 환자가 응급실을 찾고 있고 매번 긴급한 상황에 의료진은 자리를 떠날 수 없다. 새로 들어온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며 기존의 환자들 또한 수시로 봐야 했다. 또 중증 환자의 경우 몇 분 사이를 기준으로 생사를 오가기 때문에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2시간 정도 지나자 술에 취해 실려 온 남성이 의식을 찾기 시작했다. 일어나자마자 작은 목소리로 "아 XX, 짜증나게 진짜"라며 몸을 움직였고 곧바로 화장실을 다녀온 후 아무 말 없이 유유히 사라졌다.

응급실 르포1
환자 상태를 항시 체크하고 있는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의료진
사소한 경증에 응급실을 찾는 환자, 부족한 의료 인력 등 의료진이 힘들어하는 부분이 많지만 가장 버티기 힘들어하는 부분은 주취자의 상대였다.

이에 박경남 교수는 "힘든 근무조건이 많이 있지만 난폭한 주취자들이 간혹 있다"며 "예전보다 횟수가 줄어들고 있고 보안팀이 있지만, 많은 의료진이 지금보다 더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성숙한 문화가 정착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신가람 기자 shin9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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