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보호소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맞는 말이기도 해요. 사람들의 유기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전환시키는 게 최종 목표예요."
주인에게 버려져 길고양이가 된 유기묘를 보호하면서 동물카페 '모할고양'을 운영하는 이모씨의 말이다.
명함에 자신의 직함을 '(고양이 주인을 모시는)집사'라고 써놓은 이 씨는 지난 7월 중순에 카페 문을 열였다. 그때부터 각자 다른 곳에서 온 16마리의 고양이들은 이 곳에서 한 가족이 됐다. 주로 유기된 채로 경매에 나오거나 캣맘(주인 없는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먹이거나 자발적으로 보호활동을 하는 사람)이 보살피던 고양이들이다.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해 어미로부터 버려졌거나 주인이 보호할 여건이 되지 못해 보내진 고양이들도 있다.
전직 교사 출신으로 안정적인 직장을 나와 미래가 불투명한 동물카페 사업에 발을 디뎠다는 이 씨. 주변인들의 걱정과 만류에도, 유기묘들과 함께 생활하기로 결심한 이 씨에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 씨는 "펫샵에서 두 마리를 분양 받았는데 건강관리가 전혀 안 돼 있던 고양이였다"며 "집으로 데려온 지 3주 만에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반려동물이 사망했을 때 쓰는 표현)"고 과거를 회상했다. 이어 "딸아이가 반려묘의 죽음을 목격했는 데, 시간이 한참 지났음에도 그때의 충격을 생생히 기억했다"며 "반려동물에 대한 생각을 바꿔놓은 큰 경험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대전 서구 관저동에 위치한 '모할고양'은 구봉로 대도로변 상가밀집지역에 있다. 카페가 있는 4층에 올라가자마자 고양이 사진으로 도배된 입구를 마주하게 된다. 유리로 된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면 우측에 옷장이 보이는데, 마치 미용실을 연상케 한다. 털이 많이 날리는 고양이의 특성 상, 방문객들 옷이 '털범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겉옷을 걸어 놓는 옷장이 설치돼있다. 나갈 때도 옷에 있는 털을 뗄 수 있는 '돌돌이'가 유리 출입문 바깥쪽 오른편에 걸려있다.
위생관리도 꽤 철저하다. 신발장과 옷장을 지나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왼편에 세면대가 바로 보인다. 출입문 밖 화장실을 이용하는 등 문을 드나들 때마다 손을 씻도록 돼있는 구조다.
'모할고양'에는 고양이들을 배려하는 요소들이 곳곳에 녹아있다. 내부에 들어서면 먼저 길고양이를 구조하는 5분짜리 영상을 보게 되는데, 이 카페의 가장 큰 특징이다. 또한, 유기묘에 대한 이세환 사장의 깊은 메시지가 담겨있다.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직접 발품을 팔아 해외 사이트에서 공수한 영상이라는 게 이 씨의 설명이다. 구조 영상 뿐 아니라 고양이를 대할 때의 행동을 숙지할 수 있는 영상도 보는데, 동물 유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려는 사장의 철학이 담겨 있다.
카페 내부는 전체적으로 푸근함을 주는 원목 소재로 이루어졌다. 노트북이나 공부가 가능한 테이블과 누워서 쉴 수 있는 소파베드도 있다. 레트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오락기와 만화책도 비치돼있다.
중앙에는 고양이들이 수시로 오르내리며 놀 수 있도록 1개의 대형 캣타워가 설치돼있다. 카페 사장 이 씨는 '모할고양'의 고양이들에게 뚜렷한 개성에 맞는 이름을 지었는데, 줄무늬, 체다, 미소, 뭉치, 마음이, 웰컴이, 오레오, 비너스, 춘장, 간장, 감자, 예감 등이다.
유기묘 카페 '모할고양'에는 키우고 있는 고양이나 다른 동물을 데려올 수가 없는 게 특징이다. 이 씨는 "고양이는 독립적인 동물이어서 억지로 데리고 나오면 스트레스를 받는다"라며 "이곳의 고양이들 역시 다른 동물들이 오면 힘들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고양이 간식(츄르)도 준비돼 있다. 고양이들의 건강 관리를 위해 이 씨는 먹은 개수를 확인해 손님들에게 어떤 고양이에게 줘야 하는 지 알려주고 있다.
한편, '모할고양'의 고양이들은 매주 월요일 건강검진을 받는다. 때문에 그날은 오후에 카페 문이 열린다. 주말에는 예약이 필수다. 네이버나 카톡플러스, 문자, 전화를 이용하거나 현장예약도 가능하다.할인 받을 수 있는 방법도 많다. 성인 기준 네이버 예약 시 10%, 반려동물 양육자나 반려동물 커뮤니티 회원, 동물과 함께 찍은 사진 소지자(금붕어 인정), 주말 예약(네이버, 카톡플러스)일 경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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