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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무라 요시타카 지음│박유미 옮김│최재천 감수│arte
일본의 대학에서 문과생들에게 생물학을 가르치는 한 교수는 첫 수업 시간마다 남학생들에게 '왜 스스로 남자라고 생각하는지' 묻는다. 예상대로 학생들의 답변 중엔 '달려 있으니까'라는 말이 나온다.
이렇듯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는 데 가장 쉽게 생각할 만한 근거는 서로 다른 성기의 모양이지만, 생명체의 암수 구분은 사실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네오트로글라'라는 동굴 곤충의 암컷은 페니스를 갖고 있다. 왜 네오트로글라는 페니스를 가진 쪽이 암컷일까. 이 곤충을 발견한 이그노벨상 수상자이자 성별의 근거를 묻는 교수가 쓴 책 『곤충의 교미』는 다양한 곤충의 교미기를 통해 그들의 놀라운 진화사를 보여준다.
구불구불한 튜브 모양, 비대칭 가시 모양, 가지런히 늘어선 톱니 모양 등 곤충의 교미기는 상상이상으로 다양하다. 저자의 연구는 이렇게 기이한 모양의 곤충 교미기 때문에 시작됐지만, 그의 질문은 곤충의 성과 진화, 생존의 의미로까지 확장됐다.
책은 생식기가 두 개씩 달린 집게벌레와 빈대, 선물 교환식으로 교미를 대신하는 좀류 곤충들, 절반은 수컷, 절반은 암컷으로 태어난 사슴벌레까지, 상식을 뒤흔들 '곤충의 성생활'과 교미기로 성과 생식의 최전선을 흥미롭게 펼쳐 보인다. 이 경이로운 '곤충 포르노'는 주체할 수 없는 과학자의 호기심과 집념에 대한 감탄도 갖게 한다. 일본이 꾸준히 노벨상을 수상하는 까닭에 이토록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음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상할지 모르지만 과학자입니다' 시리즈로 함께 출간된 『거미줄 바이올린』에는 거미줄로 해먹을 엮어 매달리고 바이올린 연주까지 성공한 고분자화학자의 이야기가 담겼다. 집요하기 이를 데 없는 괴짜 과학자의 눈물겨운 탐구기에 걸려들 것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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