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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교 지음│문학동네
대학생 임한기씨는 평범하고 성실한 사람이었다. 파업 현장에서 용역으로 일하던 한기씨는 그 성실함 덕분에 재개발을 앞둔 어느 지역에 국숫집을 여는 기회를 잡는다.
그러나 재개발이 시행되자 한기씨는 터무니없는 보상 조건으로 가게를 빼앗기다시피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불합리함을 느낀 그는 다른 세입자들과 연대해 조합과 시공사, 용역업체에 맞서며 점차 과격한 투사로 변해간다.
부조리한 정책에 분노하며 선봉에서 투쟁하는 그였지만, 쉽게 흥분해서 상황을 그르치는 등 때때로 벌이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주변 사람들의 의심을 산다. 급기야 한기씨를 조합 끄나풀이나 용역 프락치라 생각하는 사람들마저 생겨난다. 이 의심 탓에 망루를 올리기로 한 최후의 계획은 한기씨에게 비밀에 부쳐지고 철거민들과 경찰이 대치하던 날, 아비규환의 망루 사층에서 한기씨로 보이는 한 사람이 떨어진다. 그리고 시신이 사라졌다.
한기씨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소설 속 현장은 10년 전 용산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2009년 1월 20일, 부당한 재개발 보상 정책에 반발하던 용산4구역 철거민들을 무장한 경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화재로 6명이 사망했던 참사다. 소설은 신문기자 '이만기'가 한기씨의 주변 인물 66명을 인터뷰하고 그것을 연재하는 형태로, 우리가 잊었거나 잊고자 했던 '그날'의 진실을 파헤친다.
한기씨의 정체는 특정되지 않음으로써 소설을 읽는 모두를 임한기라는 사람이 되도록 만든다. 작가는 사회적 위치나 이권에 따라 다툼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도시재개발 현장의 구조적 모순과 그 모순성에 의탁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소시민들의 삶을 펼쳐 보여준다. 그리고 결국 우리 사회가 그날의 멈춤에서 얼마나 나아갔는지, 애써 외면하며 자신의 것만 보전하고 있지 않은지 날카롭게 되묻는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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