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가난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꿨던 노동자들의 증언…'풀은 밟혀도 다시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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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가난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꿨던 노동자들의 증언…'풀은 밟혀도 다시 일어선다'

원풍동지회 엮음│학민사

  • 승인 2019-10-26 07:59
  • 박새롬 기자박새롬 기자
풀은밟혀도
 학민사 제공
풀은 밟혀도 다시 일어선다

원풍동지회 엮음│학민사



5·16쿠데타로 집권하자마자 농촌을 희생시키고 저임금 집약노동으로 산업화를 추진해온 박정희 정권 아래 1세대 노동자들이 있었다. 가장의 짐을 짊어지거나 남자 형제의 학비를 충당하기 위해 고단한 삶을 시작했던 그들에게 붙여진 이름은 공순이였다.

이들은 곧 교육과 독서, 토론을 통해 노동의 소중함을 깨닫고,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히 받아들여 깨어있는 시민으로 변화했다. 그들은 육체노동을 조금도 부끄럽지 않게 생각했다. 이러한 의식의 변화는 그들로 하여금 진정한 의미의 행복과 자긍심을 갖게 했다. 원풍모방노동조합은 그 1970년대 민주노조의 마지막 이름이다.



책에 실린 원풍모방 해고 노동자 126명의 증언은 '여고 시절이 없었던' 젊은 날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1000쪽이 넘는 구구절절한 이 이야기는, 가난의 절망을 어떻게 희망으로 바꾸었는지, 또 저학력의 열등의식에 어떻게 삶의 지혜를 채워갔는지 진솔하게 설명한다.

증언자의 한 사람인 양승화는 이 글들에 대해 "'조국의 민주화'라는 화단에 뿌리를 내려 싹을 틔우고 결실을 이뤄낸 원풍노조가 노동운동의 후세들에게 그 어려웠던 시절, 굴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활동한 선배 노동운동가로서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원풍 동지들의 진정성 있는 삶의 흔적을 담고자 했다"고 말한다.

책은 산업화 시기 빈농 출신의 저학력 10대 여성들이 노동에 투입된 후 노동자로서의 자기정체성을 인식·발전시킨 경로, 그리고 사회화 이후 수십 년 간 자기복제의 삶을 살아온 역정을 증언한다. 그럼으로써 한 노동조합의 노동 운동사를 넘어 여성사, 사회사, 현대사 등의 관점에서 다뤄야 할 소중한 원천자료의 지위를 획득한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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