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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택수 지음│차상미 그림│창비
어른이 되면 동시를 읽으며 동심을 맛본다. 지금 어린이의 마음을 들여다 본다기보다 자기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는데 가까울지 모른다. 사람의 마음이 갖는 보편성은 동시 속 동심에 대한 공감을 빚는다.
20여 년간 자신의 시 세계를 펼쳐 온 손택수 시인은 첫 동시집 『한눈파는 아이』에서 당당하고도 속깊은 악동의 탄생을 보여준다. 걸핏하면 야단을 맞고, 창밖으로 한눈을 파는 어린 화자는 일견 말썽꾸러기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인은 솔직하게 자기 마음을 긍정하고 진정으로 자연을 사랑할 줄 아는 아이의 내면을 다정한 시어로 응원하며, 새로운 '악동'의 출현을 힘껏 반긴다.
특히 악동일기 연작시 11편은 어린이에게 기대하는 아이다움을 비틀며 어린이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게 한다. 그 속의 어린이는 천사가 돼야 하는 어린이날에 괴로움을 느끼고 바람이 없는 날은 달리기를 해 스스로 바람이 되기도 한다. 학교와 학원, 집을 오가며 정답만을 찾는 자신의 모습이 오히려 '답이 없'는 건 아닌지 반문하고, 마치 '오답' 같은 자신의 모습을 유쾌하게 긍정하며 '나 없인 정답도 없지'라고 선언한다. 동심의 편에 서기로 작정한 시인 덕분에 독자들은 새로운 악동의 출현에 빠져들고 만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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