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단단해져 가는 길

  • 오피니언
  • 세상보기

[세상보기] 단단해져 가는 길

이영우 대전미술협회장·배재대 교수

  • 승인 2019-10-24 09:38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2019090501000581800023301
이영우 대전미술협회장·배재대 교수
생각이 가을을 타고 깊어지는 계절이다. 가을이 익어야지 깊어지기만 하면 수확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각도 많아지는 것을 나는 원치 않는다.

생각하고 결심을 하면 발 빠르게 움직이는 나는 추진력이 좋다고 말들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옳다고 믿는 일은 예전에도 그래왔고 길이 정해지면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라도 간다.

산다는 것은, 참으로 알 수 없는 일들로 나를 만들어 나가는 것 같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많은 이들로 견뎌 나가는 기적 같은 시간이다. 산다는 것은 때로는 기쁜 일도 고통의 시간도 내가 견뎌야 하는 귀한 시간이다.

시골에 계신 내 아버지를 한 번씩 만나러 간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혼자 계시면서도 힘들어하지 않으셨는데 아버지도 나이 앞에선 어쩔 수 없는지 예전에 볼 수 없던 모습을 자식으로서 보게 된다. 이 또한 산다는 것일 테고 받아들여야 하는 살아가는 모습이다.



시골에서 아침은 도시로 나가는 준비 운동처럼 내겐 다시 도시로 나갈 채비를 하고 오늘 하루도 기적처럼 받아들이고 도시의 일부가 되는 내 모습에 습관처럼 익숙해진 나를 본다. 이젠 시골이 익숙하지 않으니 습관이 무섭다. 내 일상은 도심에 있으니 그러겠지만 살아온 습성이 낮은 문턱 하나를 넘지 못하고 세상 속성으로 길들여졌기 때문일 것이다.

삶이 힘들다는 것은 원치 않은 길을 가야 하는 두려움에서 나온다고 한다. 어쩌면 세상 속의 삶은 두려움을 반복해서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의 연속성에 있다. 시간은 연속되지만 같은 시간은 오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올해가 빨리 지나가길 바란다. 같은 시간은 오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힘들었을까 싶다.

내가 몸담는 배재대학교 디자인 미술학부는 ‘아트엔웹툰학과’로 학명을 바꾸고 내년 2020년부터 새롭게 태어난다.

진보된 생각은 변화를 원하지 않은 이들에겐 거부감과 우려감이 들기 마련이다.

대학교도 많은 변화를 하고 있다. 또 변해야 한다. 그 변화에 맞춰가고 통찰되고 결정되면 용기 있게 추진해 가야 한다.

배재대학교 아트 엔 웹툰 학과는 회화를 포함한 학과로 예술을 더 경쟁력 있게 끌어가 질 것이다.

일선에서 몸을 담고 있는 교수는 학생들이 설 자리를 지켜주고 경쟁력을 키워주어야지 일신의 몸만 생각하면 안 될 것이다.

생각이 없으면 걱정도 줄어든다고 한다. 말로는 생각을 단순하게 한다지만 몸에서는 위염으로 반응을 보이는 걸 보면 어려운 일이다.

삶의 질은 많은 꽃에 있지 않고 튼실한 내면의 열매에 의미를 두듯이 내면의 고독을 기르고 더 단단해져야 잘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오래전부터 단순한 삶을 지향하고 살았는데 살다 보니 의도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돌아갈 수 없음을 알았다.

인생은 원치 않은 길도 가야 함에 숙명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 길에 새롭게 얻어지는 필연이 있으리라 믿는다.

신의 축복도 준비된 자에게는 함께 하리라는 믿음으로 낯선 길이지만 준비된 길을 걸어가 볼 것이다.

평소 생각하는 그림을 단순화시켜 그림을 그려가는 나는, 캔버스에 그릴 세상을 꿈꾸면서 자유롭게 고독해질 것이다./이영우 대전미술협회장·배재대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3.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