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우 대전미술협회장·배재대 교수 |
생각하고 결심을 하면 발 빠르게 움직이는 나는 추진력이 좋다고 말들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옳다고 믿는 일은 예전에도 그래왔고 길이 정해지면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라도 간다.
산다는 것은, 참으로 알 수 없는 일들로 나를 만들어 나가는 것 같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많은 이들로 견뎌 나가는 기적 같은 시간이다. 산다는 것은 때로는 기쁜 일도 고통의 시간도 내가 견뎌야 하는 귀한 시간이다.
시골에 계신 내 아버지를 한 번씩 만나러 간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혼자 계시면서도 힘들어하지 않으셨는데 아버지도 나이 앞에선 어쩔 수 없는지 예전에 볼 수 없던 모습을 자식으로서 보게 된다. 이 또한 산다는 것일 테고 받아들여야 하는 살아가는 모습이다.
시골에서 아침은 도시로 나가는 준비 운동처럼 내겐 다시 도시로 나갈 채비를 하고 오늘 하루도 기적처럼 받아들이고 도시의 일부가 되는 내 모습에 습관처럼 익숙해진 나를 본다. 이젠 시골이 익숙하지 않으니 습관이 무섭다. 내 일상은 도심에 있으니 그러겠지만 살아온 습성이 낮은 문턱 하나를 넘지 못하고 세상 속성으로 길들여졌기 때문일 것이다.
삶이 힘들다는 것은 원치 않은 길을 가야 하는 두려움에서 나온다고 한다. 어쩌면 세상 속의 삶은 두려움을 반복해서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의 연속성에 있다. 시간은 연속되지만 같은 시간은 오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올해가 빨리 지나가길 바란다. 같은 시간은 오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힘들었을까 싶다.
내가 몸담는 배재대학교 디자인 미술학부는 ‘아트엔웹툰학과’로 학명을 바꾸고 내년 2020년부터 새롭게 태어난다.
진보된 생각은 변화를 원하지 않은 이들에겐 거부감과 우려감이 들기 마련이다.
대학교도 많은 변화를 하고 있다. 또 변해야 한다. 그 변화에 맞춰가고 통찰되고 결정되면 용기 있게 추진해 가야 한다.
배재대학교 아트 엔 웹툰 학과는 회화를 포함한 학과로 예술을 더 경쟁력 있게 끌어가 질 것이다.
일선에서 몸을 담고 있는 교수는 학생들이 설 자리를 지켜주고 경쟁력을 키워주어야지 일신의 몸만 생각하면 안 될 것이다.
생각이 없으면 걱정도 줄어든다고 한다. 말로는 생각을 단순하게 한다지만 몸에서는 위염으로 반응을 보이는 걸 보면 어려운 일이다.
삶의 질은 많은 꽃에 있지 않고 튼실한 내면의 열매에 의미를 두듯이 내면의 고독을 기르고 더 단단해져야 잘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오래전부터 단순한 삶을 지향하고 살았는데 살다 보니 의도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돌아갈 수 없음을 알았다.
인생은 원치 않은 길도 가야 함에 숙명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 길에 새롭게 얻어지는 필연이 있으리라 믿는다.
신의 축복도 준비된 자에게는 함께 하리라는 믿음으로 낯선 길이지만 준비된 길을 걸어가 볼 것이다.
평소 생각하는 그림을 단순화시켜 그림을 그려가는 나는, 캔버스에 그릴 세상을 꿈꾸면서 자유롭게 고독해질 것이다./이영우 대전미술협회장·배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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