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상' 공연 포스터. |
대전시립무용단은 대전방문의 해를 맞아 제66회 정기공연 '군상'을 오는 31일부터 내달 1일까지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 무대에 올린다.
이번 공연은 황재섭 예술감독이 취임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창작 안무작으로, 고암 이응노 의 예술 정신과 세계적인 문화유산에 초점을 맞췄다. 지역 문화예술 가치를 올리기 위한 첫 번째 '대전예술브랜드 프로젝트'다.
동시대 예술가로서 동지적 의지와 고통을 공유했던 이응노와 윤이상의 예술 세계가 한데 어우러져 작품에 생동감을 불어 넣는다. 액자 속 그림은 미술·음악·무용·영상 등 다양한 장르와 융합해 3차원적인 무대로 확장되고, 관객과 출연진은 한 공간에 공존하는 군상의 모습 그 자체가 된다.
작품 '군상'은 예술 간의 만남이나 사람들의 만남처럼 각 예술 장르의 협업을 통해 진정한 소통과 화합의 군상들을 그려보고자 한다.
이데올로기의 광폭성과 치졸한 정쟁의 겁박에 과감히 맞서면서도 민족적 자긍심과 예술적 자존감을 세계에 널리 알린 이응노의 작품에는 그의 예술관과 시대의식이 함축돼 있다. 자신의 것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것을 꾸준히 받아들여 정체성을 확립하고, 이를 작품으로 승화했다.
액자 안에 갇힌 2차원의 그림은 무대라는 3차원 세계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관객이 듣는 소리, 무용수 간의 감촉, 관객과 무대 사이에 존재하는 공감각 등이 더해진다.
대전시립무용단은 이응노의 문자 추상과 군상 연작이 어떤 이유로 무용으로 재탄생 했는지 관객들에게 공감이 될 수 있도록 심사숙고했다. 이 결과 식민지의 고통, 동족상잔의 비극, 옥고와 추방의 번민, 조국의 평화통일과 민주화의 염원 등 화가의 삶이 작품으로 승화된 연결고리를 찾아냈다.
또 예술적 동지이자 평생의 반려자였던 박인경 여사의 시각에서 바라본 고암의 예술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한다. 화자의 객관화에 따른 작품 구성의 긴밀성은 관객들에게 보다 이해하기 쉽게 다가갈 것이다.
잃어버린 아들과 동백림 사건의 번민, 민주화 운동의 시련을 담은 '갈등과 시련', 문자 추상·군상연작을 표현한 '사랑·화해·통합'에 키워드를 두고 이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한다.
총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며, 챕터 4에서는 무용단과 관객이 '군상' 속에서 하나 되는 공연의 백미가 기다리고 있다. 김유진 기자 1226yu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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