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광 이사장 |
대전시의 인구는 이후에도 대덕연구단지의 확대와 1993년 EXPO 등을 거치며 계속 증가했으나, 2014년 이후 감소하고 있다.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인구 유입 효과가 끝난 상황에서 세종시로 인구가 유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로 출범 70년을 맞는 대전시는 이제 성장과 쇠락의 갈림길에 서 있다.
도시가 지속 성장하려면 과학기술에 의한 혁신성장이 일어나야 한다. 그런데 대전은 국내 최대의 과학기술 자산을 보유한 대덕특구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성장이 멈춰서 있다. 대전의 성장엔진이 다시 작동하려면 성장의 원천인 대덕특구에서 먼저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 대학과 연구소가 개발한 기술을 기업으로 이전해 가치를 생산하는 혁신활동이 활발히 일어나야 한다.
대덕특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연구소는 많으나, 연구 성과를 활용하는 산업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이다. 전통 기업이 부족한데, 앵커기업도 거의 없어서 특정 산업을 중심으로 한 특화산업도 발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통산업의 미발달은 혁신창업을 통해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기에 용이하다는 장점이 되기도 한다.
혁신창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업가정신을 갖춘 혁신가가 많이 필요하다. 문제는 대전에는 우수한 연구자는 넘쳐나는데, 이들 대부분이 창업 DNA가 부족하여 창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구자를 경영 전문가나 창업 경험자와 한 팀으로 묶어주는 방법 등으로 경영에 대한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대덕특구가 지역의 혁신성장을 이끄는 기술창업의 허브로 성장하려면 젊은 인재들이 떠나지 않고 오히려 몰려드는 정주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우수한 기술이 있고 창의적인 인재가 머물면 자연스레 투자자도 모여들고, 이들이 만나 커피와 맥주를 마시다가도 비즈니스가 일어나는 것이다.
혁신은 잘 연결된 생태계에서 일어난다. 그런데 연구단지는 바로 이웃 연구소를 가려 해도 차를 타야 할 만큼 단절돼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 대덕특구를 활성화하기 위해 특구진흥재단은 2023년 대덕연구단지 50주년을 대비한 '대덕특구 리노베이션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연구소가 집적된 구역에 기업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재창조하고, 기술이전과 창업, 투자 등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또 출연연의 장비·시설을 활용한 제조기반 창업과 중소벤처기업의 시험인증, 그리고 시제품 제작을 지원하는 출연연 창업거리 조성도 계획하고 있다.
지역 기반 액셀러레이터, VC 육성 등 기술금융 생태계 조성과 중소벤처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 플랫폼도 구축할 계획이다. 스타트업이 선배 기업인과 만나고, 전통 제조업이 AI와 빅데이터 같은 첨단기술과 만날 수 있는 플랫폼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지금 진행 중인 4차 산업혁명은 속도와 파급력이 매우 커 10년 이내에 많은 것이 결정될 것이다. 대전시 출범 100주년은 아직 30년이나 남은 먼 미래 같지만, 오늘 바로 대비하지 못한다면 30년 전 인구 100만 명의 도시로 전락할 수도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 진보를 혁신성장으로 발현하는 혁신 생태계 구축이 시급한 이유다.
2049년, 대전시 출범 100년의 미래 모습 조망과 비전을 설정하고, 장단기 목표를 세워 꾸준히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대전시의 미래 비전을 '삶의 질과 거주 적합성이 뛰어나고 지속가능한 스마트시티'로 제안한다.
도시 문제를 지역 사회가 리빙랩(삶의 현장을 실험실로 삼아 사회 문제의 해법을 찾는 시도)을 통해 함께 해결하고, 도시에서 생산된 데이터를 자유롭게 공유, 활용하는 대전을 꿈꾼다. 우수한 기술과 인력이 창업과 성장을 견인하는 혁신 생태계가 조성되고, 대덕특구가 세계적인 혁신 클러스터로 성장한다면 대전시의 성장은 자연스레 이뤄질 것이다.
양성광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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