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다름과 정치, 그리고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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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내일] 다름과 정치, 그리고 법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19-10-20 10:20
  • 신문게재 2019-10-21 23면
  • 조훈희 기자조훈희 기자
손종학교수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다. 시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민주'의 의미를 모르는 자가 없을 정도로 이 말이 갖는 중요성은 우리들 뇌리에 깊이 박혀 있지만, '공화(共和)'라는 말은 덜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이 공화라는 말도 민주 못지않게 중요하다. 군주제에 대비되는 용어로 처음 사용됐지만, 남과 여, 어른과 아이,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 배운 자와 못 배운 자, 서쪽 사람과 동쪽 사람 가리지 않고 이들 모두의 생각과 뜻이 하나로 모아져 나라가 운영된다는 국가통치원리가 공화제의 현대적 의미일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자. 어찌 너와 내가 하나이고, 여자와 남자의 생각이 동일하며,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입장이 같을 수 있고, 청년과 기성세대의 이해관계가 일치할 수 있단 말인가? 오히려 그렇지 못한 것이 부족한 인간들이 살아가는 이 세상이고, 이 땅, 이 나라다. 어쩌면 이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개인을 하나로 묶는 것이 너무도 중요하기에, 아니 그래야만 더불어 살아갈 수 있기에, 우리는 최고 규범인 헌법에서 나라의 정체성을 '공화국'이라고 천명하였을 것이다.

그렇기에 시민들로부터 통치권을 위임받아 행사하는 정치가들, 고위 관료들이 해야 할 가장 막중한 책무는 시민 모두를 '대한민국'이라는 한 지붕 아래로 불러들이는 일일 것이다. 그 누구도 소외받지 않으며, 다름이 배척되는 일 없이 어떠한 상황 하에서도 존중받고 있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이 위정자의 첫째 의무이다. 불가능할 것 같고, 참으로 어려운 일이기에 위정자 노릇하기가 힘든 것이다.

지난 두 달여 우리는 도저히 함께할 수 없을 것 같은 갈등의 소용돌이를 겪었다. 생각과 생각이, 진영과 진영의 간극이 어찌 이렇게도 깊고도 클 수 있단 말인가?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정치가들의 책임의식 결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해서라도 입장이 다른 시민들을 하나로 모을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파적 사고만으로 매사를 진단하고 처방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는지, 갈등을 조정하기는커녕 오히려 활활 타오르는 성난 불에 생기름만 부은 것은 아니었는지, 깊이 그리고 오래 되돌아볼 일이다.



이제부터라도 늦지 않았다. 위정자들은 공화의 정신으로 서로 다름을 품어주면서 국민 모두를 하나로 모으는 일에 열심을 내어야 한다. 나와 다름을 '틀림'으로 간주하면서 정죄할 일이 결코 아니다. 틀림이 아닌 다름이기에 우리는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옳고 그름은 정치의 몫이 아니다. 그것은 법의 몫일뿐이다. 정치 영역에서는 옳고 그름은 있을 수 없고, 오직 다름을 하나로 모아가는 일만이 있을 수 있다.

오늘, 다름을 하나로 모아가는 정치가의 드높은 경륜과 옳고 그름을 판단해주는 법률가의 추상같은 지혜만이 갈라진 우리 사회의 상흔을 꿰매줄 실과 바늘이 될 수 있다. 이 다름의 시대에 정치가의 실과 법률가의 바늘이 하나로 만나야만 한다. 지금은 실은 실답게, 바늘은 바늘답게, 정치와 법이 그렇게 행동할 때다.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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