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사회적 직위가 꽤 높은 분과 상담을 했습니다. 그분은 죽음이라는 말은 생각하기조차 싫다고 했습니다. 왜 살아있는 지금, 잘 살고 있는 지금, 죽음을 말하고 생각해야하는가를 신랄하게 비판하며 몸서리를 쳤습니다.
이와 같이 죽음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것입니다. 어제 뉴스에서 우리나라가 다시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우리나라가 뒤에서 1등이라는 말은 정말로 듣고 싶은 않은 말 중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 많은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 국민들을 심각하게 바라보아야 합니다. 특히 위정자들은 국민의 아픔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들의 행복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합니다. 자살을 뒤집으면 살자, 라고 하는데 자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그런 소리가 귀에 들리기나 할까요?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습니다.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을 이용해 폭발하는 블랙홀에 관한 이론을 얻었으며 시공간 특이성을 연구한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21세에 루게릭 병을 앓기 시작해 5년의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이후 55년을 더 살면서 연구 활동과 함께 대중에게 물리학을 전파하신 분입니다. 그런 죽음의 병을 앓고 있는 호킹박사가 '블랙홀의 특이점 정리'를 수학적으로 증명하여 물리학계를 놀라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무엇보다도 죽음을 앞둔 한 인간의 목표를 향한 집념과 진리에 대한 강렬한 의지가 작용했을 것입니다.
사람이 죽을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떤 심정일까요?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쉽게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사람이 죽음에 임박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타나는 심경의 변화를 스위스 정신과 의사인 Elisabeth Kubler-Ross는 5단계로 나누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부인하는 단계, 다음은 원망하고 저주하는 단계, 다음 단계는 수긍하는 단계입니다. 다음은 우울증의 단계이며 끝으로 체념하고 받아들이는 단계입니다. 현재까지 가장 많은 사람이 인용하는 학설인데요, 물론 5단계 모두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고, 순서가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죽음은 경험할 수도 없고 누군가 대신 해 줄 수도 없고 돈으로 사고 팔 수도 없습니다.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은 '어떻게 살아가느냐'와 같은 맥락입니다. 죽음을 잘 맞이할 수 있도록 호킹 박사처럼 강렬한 의지를 갖고 살아가고 또한 나에게 죽음이 닥쳤을 때를 생각해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삶과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한다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삶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죽음'이라는 말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대답입니다.
김종진 여락인성심리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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