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제공 |
그들 뒤에 남겨진 아이들
니콜라 마티외 지음│이현희 옮김│민음사
탈공업화 바람으로 경제적으로 폐허가 되다시피 한 프랑스 북동부 작은 시. 시의 주요 수입원이던 제철 공장의 용광로가 완전히 작동을 멈추고 졸지에 실업자들의 도시가 돼 버렸다. '회사에서 잘리고 집에서는 이혼당하고 한심하거나 암적인' 사람들에겐 대상 모를 분노와 원망이 꿈틀거린다.
가난과 불신, 불만이 팽배한 이 곳에서 소설 『그들 뒤에 남겨진 아이들』의 주인공 앙토니가 성장한다. 1992년 'Smells Like Teen Spirit', 1994년 'You Could Be Mine', 1996년 'La Fievre' 그리고 1998년의 'I Will Survive'. 1990년대 누군가의 일상을 흔들었을 곡 제목이자 책의 섹션명들은 앙토니와 앙토니의 이종 사촌, 북아프리카 출신 하신, 그리고 앙토니를 사로잡은 첫사랑 스테파니의 성장기를 품고 독자들의 가슴에 격동을 일으킨다.
가난과 무료함에 하루 종일 천장만 바라보는 청춘, 그리고 이루어질 듯 말 듯하다가도 결국 어그러지고 마는 사랑 탓에 좌절하는 청춘, 올라갈 수 없는 높은 사다리 앞에서 좌절하는 '흙수저 소년'의 이야기는 1990년대 프랑스를 보여주면서 대한민국 청춘의 모습도 떠올리게 한다. 작가가 서두에 적었듯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 곳에서 마치 '존재한 적이 없었던 듯 사라져 버린' 이들과 '그들이 남기고 간 자녀들', 그리고 그들이 살았던 1990년대 프랑스의 사회상을 추억하는 연대기이지만, 1990년대에 인생의 어떤 시기를 살았던 독자라면 누구든 작가가 말하고자 한 이야기에 공감하게 한다.
박새롬 기자 onoin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