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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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유행

경제사회부 조훈희 기자

  • 승인 2019-10-17 08:37
  • 조훈희 기자조훈희 기자
조훈희
경제사회부 조훈희 기자
고등학교 시절 우리의 유행은 '노스페이스' 브랜드의 바람막이 점퍼와 패딩이었다. 등산을 하는 것도 아니고, 야간 자율학습으로 밖에 다닐 일도 자주 없었지만, 대부분의 학생은 해당 브랜드의 패딩을 샀다.

기본 30만원에 육박하는 패딩을 대부분 학생이 입고 있었고, 오죽했으면 교복이란 말까지 생길 정도였다. 해당 패딩을 입지 않았다고 학생들 간 부작용(?)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당시 유행 흐름에 따라가는 학생이 대부분이었다.

왜 유행했을지 돌이켜보면 다수에서 소외되고 싶지 않았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다르다는 시선보다 그 브랜드를 입은 집단에서 낙오된다고 느낀다는 시선을 받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어린 만큼 더 예민했고, 감정적이었을 테니 더 심했을 것이다.

10대에선 특히 더 그렇다. 성적 위주 사회에서 불안감과 좌절감을 또래 집단 다수로 이뤄져 있는 만큼, 소비하는 고가 제품을 동조 소비하면서 주류에 포함됐다는 인식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그리고 현재. 유행은 여전하다. 패션은 물론, 헤어, IT 기기, 음악 등 문화적 요소로도 자리매김하고 있다. 다만 특정 브랜드로 서열을 나누는 등의 브랜드 유행보다는 스타일 유행으로 바뀌는 듯하다. 이를 테면 롱패딩이 유행했다고 하면, 특정 브랜드만으로 이뤄지는 유행은 아니라는 얘기다.

일례로 최근 젊은 층에서 유행하고 있는 플리스 소재로 이뤄진 제품인 이른바, '뽀글이 재킷'은 1020 세대를 제대로 겨냥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웃도어가 뽀글이 재킷에 대한 제품 선점에 각각 나서면서 다양화가 이뤄졌다. 10대 학생들이 특정 브랜드 구매로 인한 유행 소외감은 없을 것이란 시각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유행 패턴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점도 다양화되는 패턴 요소 중 하나다. 실효성 없이 단순 유행으로만 이끌어진 과거와 달리 꼭 필요하거나 갖고 싶은 이른바 '잇 아이템(잇템)'으로 꼽히는 상품들이 늘고 있다. 또 복고풍과 새로움을 접목한 뉴트로(New + Retro) 상품도 꾸준히 등장한다.

유통업계에서도 이 같은 유행 트렌드에 발을 맞추고 있다. 유행에 따른 기저효과로 인한 고객들을 잡겠다는 취지다. 이들은 잇아이템 발굴, 독특하고 새로운 제품에 대해서도 고심하고 있다.

유행 흐름은 거부할 수 없다. 시대의 흐름마다 가장 대중화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에 발맞춰 트렌드 자체도 개성이 극대화되면서 다양해지고 있다.

개인의 독창성이 환영받는 시대로 유행 흐름이 변했고, 시각도 틀리다가 아닌 다르다로 인식되고 있다. 다양함이 존중을 받는 시대에서 우리의 과거처럼 소외감에 사로잡히는 유행으로는 더 이상 번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훈희 기자 chh7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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