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대기업 투자를 이끌어 낸다면 누구도 밟지 못한 전인미답(前人未踏) 결과를 창출했다는 점에서 2018년 취임 이후 가장 큰 '허태정표' 대표적 성과로 꼽힐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시민 눈높이에 못 미치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축구계와 야당 등으로부터 공격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는 가능성도 있다.
대전시와 축구계 등에 따르면 시티즌이 기업구단화 추진은 허 시장이 처음이 아니다. 허 시장에 앞서 염홍철, 박성효, 권선택 전임 시장 등이 기업유치를 꾀했지만,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
잊을 만 하면 되풀이됐던 시티즌 매각설에 그동안 지역 축구계와 시민 등이 피로감을 느껴온 것도 사실이다. 설익은 정보를 흘려 구단 안팎에 혼란을 자초하고 팬심에 상처를 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허 시장은 전직 시장들 보다는 훨씬 구체화 된 시티즌 투자유치 진행 소식을 전했다. 그는 대전시청 기자실을 찾아 "관심을 보이는 대기업이 있어 비공개 실무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협상이 진행 중인 기업은 책임감 있게 운영할 수 있는 재정 능력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계 50위 안에 드는 대기업으로 넓게 보면 지역 연고가 있으며, 프로구단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회사로 알고 있다"고 부연했다.
아직 행정당국과 기업 간 실무협상 고비가 남아 있지만 투자유치가 현실이 된다면 허 시장은 일각에서 '혈세먹는 하마'로 낙인찍혀 있는 시티즌과 대전시 발전을 위한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공을 인정받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3년간 시가 대전시티즌에 투입한 혈세는 215억원에 달하는 데 시티즌 투자 유치는 곧 문화, 복지 등 다른 분야에 투자할 수 있는 '실탄' 비축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시티즌에 대한 기업투자가 이뤄질 경우 우수선수 영입도 이뤄지면서 홈구장인 '퍼플아레나'에서 A대표급 선수들을 자주 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게 돼 '축구특별시' 부활의 선봉장 역할을 했다는 호평도 받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2018년 취임 이후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행정력 논란을 일소시킬 수 있는 모멘텀으로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허 시장은 그동안 공약인 베이스볼드림파크와 평촌산업단지 LNG발전소 유치 과정에서 지역간 갈등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 규제자유특구, 스타트업 파크 등 각종 국책사업에서 잇따라 미끄러지면서 체면을 구긴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대전시티즌 창단 20여 년 간 아무도 해내지 못했던 대전시티즌 대기업 투자유치에 최종 사인을 하게 된다면 지금까지 자신을 둘러싼 이같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란 평가다 우세하다.
반대로, 실무협상 과정에서 자칫 투자유치가 수포로 돌아간다면 협상력 부재와 함께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린 것 아니냐'라는 후폭풍에 휩싸일 것으로 우려된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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