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구단인 대전시티즌이 앞으로 기업의 안정적인 지원을 받아 잉글랜드 첼시, 맨체스터유나이티드 등 세계적인 '백년 구단'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것이 축구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 때문에 대전시티즌에 투자 의향을 보인 기업과 투자유치 세부사항과 관련해 물밑 협상에 나서는 행정당국이 이같은 3가지 조건을 최우선 전제조건으로 내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전시와 축구계 등에 따르면 시티즌 기업구단화 협상 테이블은 대전시와 투자유치 의향을 보인 기업간 극히 일부 관계자들만 참여하고 있다. 이같은 협상 구조 때문에 시티즌에 투자하려는 기업의 프로구단 경영 마인드와 운영철학에 대해선 공개적인 검증이 어려운 구조다.
이런 가운데 축구계 안팎에선 대전시티즌의 정체성 유지 및 확대를 최우선 전제조건으로 꼽고 있다. 허 시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티즌 연고지를 대전으로 유지한다고 밝혔지만, 더욱 전폭적인 친(親)대전 전략이 필요하다.
현재 U-18(충남기계공고), U-15(유성중) 각각 한 팀씩에 불과한 유소년축구 시스템을 확대, 대전 축구 뿌리를 튼튼하게 해야 한다. 기업구단화가 된다고 해도 급격한 프런트 조직의 변화는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프런트는 경영진과 선수들 사이에 교량 역할을 해야 하는 막중한 자리이다. 지역 출신으로 그동안 구단운영에 정통하고 지역 축구계와의 소통도 가능한 인력을 흡수해 대전 정체성을 더욱 강화하는 모멘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팀 연고와 공식 명칭과 관련해서도 대전을 떠날 수 없고 '대전'이라는 지역명이 반드시 기업명에 앞서 자리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도 나온다.
지역밀착 등 선진경영 방식 도입에 대한 검증도 급선무다. 대전시는 시민구단인 대전시티즌에 2017년 70억 3000만 원, 2018년 84억 7000만 원, 2019년 60억 원 등 3년간 215억원을 지원했다. 기업구단화가 되면 이같은 '준공영제' 식의 혈세 의존 경영구조에 획기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는 "기업구단은 시민구단과 달리 이윤추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며 "과연 지금 대전시와 협상을 하고 있는 기업이 이같은 부분에 대한 능력을 갖고 있는지 경영철학을 무엇인지에 대해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준용 배재대 관광축제리조트경영학과 교수는 "미국 메이저리그도 뉴욕양키스는 막대한 투자, '머니볼'로 유명한 오클랜드의 경우 최소 투자로 최대효과를 추구한다"며 "경영 방식은 다르지만, 모두 지역밀착 마케팅인 전략으로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데 대전시티즌도 앞으로 기업구단 전환 때 이같은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프로스포츠 최대 흥행요소인 1부리그 승격도 중요하다. 대전시티즌은 창단 17년 만인 2013년 2부리그로 첫 강등됐고 이듬해 1부로 반짝 승격했지만 2015년 또 다시 2부로 추락했다.
1부 승격은 안정적인 구단운영을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과제다. 무엇보다 대전시티즌의 한 경기 평균관중은 2000명 안팎인데 1부리그의 경우 8000~9000명에 달해 흥행 가능성에서 비교할 수 없다. 이밖에 1부와 2부팀은 중계권료 및 광고영업 수익 배분도 다르다. 2부팀에게는 1부팀의 50~70%만 지원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전시가 시티즌 투자유치 협상에서 경기력 향상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 약속을 받아내야 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강제일·박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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