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어린이가 가장 행복한 나라의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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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광장] 어린이가 가장 행복한 나라의 자전거

이재영 대전세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승인 2019-10-16 16:23
  • 신문게재 2019-10-17 22면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이재영
대전세종연구원 이재영 선임연구위원.
초등학생 딸아이가 주말에도 숙제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볼 때마다 꽤 복잡한 감정이 올라온다. 내 어릴 때는 있었으나 요즘 아이들에게는 없는 것에 대한 안쓰러움과 어찌할 수 없는 현실이 겹친 감정이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는 요즘 아이들이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들은 어느 나라일까? 얼마 전 만났던 네덜란드 자전거대사(cycling ambassador)때문에 알게 되긴 했지만, 네덜란드 아이들이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유니세프(unicef)에서 조사한 결과, 2017 on child well-being in rich countries에 따르면 말이다.

이유가 궁금했다. 네덜란드는 아이들의 행복지수가 높은 이유로 다섯 가지를 내놓고 있다. 가족, 학습압력, 개방성 그리고, 자전거, 초콜릿이 그것이다.

첫째, '가족'은 가족과의 시간과 부모와의 유대관계를 말하는데, 당연한 거다. 특히, 아이들과 매일 식사를 함께하고 아빠의 날이 있어서 일주일에 하루는 아이들과 온전히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주말을 포함해 일주일에 4일을 온전히 부모와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한다.



둘째, 숙제가 없다.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는 없거나 최소한만 이기 때문에 숙제로 인한 스트레스는 없다. 부모도 아이의 미래를 이유로 학습을 압박하는 일은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는 최상위권이다. 핀란드 다음으로 높다.

셋째, 개방성이다. 표현의 자유는 물론 성 정체성에 대하여 폭넓은 개방성을 가진 오픈마인드 사회가 아이들에게도 행복감을 주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부럽기는 하지만 이해가 된다. 하지만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이유에 이르러서는 놀랍고 당황스럽다. 아니, 어쩌면 앞선 3가지보다 하찮아 보이기까지 하지만 더 어려운 문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말이다.

네 번째 초콜릿은 아침에 빵이나 우유에 뿌려서 먹는 ‘초콜릿스프링클스’를 말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초콜릿을 제한 없이 아침부터 먹는다는 것은 아이들 입장에서 매우 행복한 일임에 의문의 여지는 없다. 초콜릿을 먹는 아침. 대개의 부모는 아침부터 초콜릿이냐고 하겠지만, 네덜란드에서는 아침마다 먹고 싶은 초콜릿을 빵에 얹어 먹을 수 있는데, 왜 행복하지 않겠는가?

다섯 번째,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자유를 꼽고 있다. 잘 갖추어진 자전거 이용환경과 자전거이용자를 배려해주는 운전자가 있어 언제든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는 세계에서 자전거를 제일 많이 타는 나라지만 자전거사망률은 가장 낮은 나라이기도 하다. 자전거사망률은 우리나라의 250분의 1에 불과하니 말이다.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가고, 놀이터와 학교, 친구에게 놀러 가는데 어떠한 제약도 없는 것이다. 숨이 턱에 차도록 페달을 밟고 맑은 공기를 가슴 한가득 채우고 자전거를 달리는 기분이야말로 최고의 기분 아니겠는가? 가끔씩 동네 골목에서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면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우리 상황에서 보면 다섯 가지 모두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문화와 사회적인 여건의 변화를 수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전거만은 다르다. 자전거 이용환경은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자유가 어린이들의 행복과 직결되는데, 그걸 어른들이 막고 있다면 말이 안되는 것 아닌가? 어린이들이 행복하지 않으면 어른도 행복할 수 없다. 자전거 이용환경을 개선하는데 노력해야 하는 이유이다. 교차로에서도 빠르게 우회전하는 자동차, 울퉁불퉁한 자전거도로, 보행자보다는 차량을 배려하는 우회전 신호, 자전거 횡단도 없는 횡단보도는 아이들에게 행복을 뺏는 어른들의 행위다.

아이들이 맘 놓고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날이 어서 빨리 왔으면 좋겠다. 결국, 우리 어른들의 몫이다./이재영 대전세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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