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상진 기자 |
시티즌의 매각설이 제기된 배경에는 역시 예산문제다. 허 시장은 "80억이나 되는 세금을 투입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며 "지역 연고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비전으로 구단을 이끌 기업을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매각'이라는 말 자체가 부각된 나머지 구단의 운영권을 넘기려는 의도로 풀이되기도 했으나 지금은 구단 운영에 기업의 자본을 참여시키는 '기업지원형' 운영으로 무게가 쏠리고 있다.
기업지원형 구단 운영은 2007년 경남FC가 추진한 바 있다. 당시 경남은 후원금 수입 감소와 기대 이하의 관중 수입 등으로 자본이 잠식돼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경남FC 이사회는 "지역의 기업이 주도하는 도민 구단 형태의 운영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지역 연고 기업인 STX의 참여를 추진했다.
K리그 최강의 명문 구단 전북은 재정난에 시달리던 구단을 기업이 인수한 대표적인 사례다. 전북의 전신 '전북버팔로'는 1991년 완산 진돗개라는 이름으로 창단해 이듬해 2왈 완산 푸마 축구단으로 출발했다. 축구협회에 승인이 보류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1994년 리그에 참여했으나 재정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해체됐다.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했던 전북 버팔로는 이듬해 현대자동차가 인수하며 전북 다이노스로 기적처럼 회생했다. 모 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전북은 이후 승승장구하며 2000년대 이후 K리그에서 가장 성공한 클럽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9 시즌을 시작으로 K리그 6회 우승, FA컵 3회 우승, 2011년 AFC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2002년 아시안 컵 위너스 컵 준우승, 2004년 AFC 챔피언스리그 4강, 2006, 2016년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클럽에 대한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성과였다.
전북과 같은 기업 주도의 구단이든 경남이 시도했던 기업참여형 구단이든 시민의 혈세가 지속해서 투입되는 지금의 상황은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지역 축구계와 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창단 후 22년 동안 아무도 하지 못했던 시티즌의 재정난을 풀어낼 수 있다면 대전시티즌은 또 한 번의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의 사례처럼 공염불로 끝나지 않기를 기자가 아닌 축구팬의 한 사람으로 간절히 바란다.
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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