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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는 유년시절 엄마 따라 장에 가는 게 처음이었다. 곱게 화장하고 차려입은 엄마 손 잡고 걸어서 5일장에 간다. 장날은 어른에게도 한숨 돌리는 하루다.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성장하고 너나들이 하면서 설렘을 안고 삼삼오오 모여서 장을 보러 간다. 사실 집에서 그리 먼 거리도 아닌데 어린 마음엔 마치 외국에 간 느낌이다. 온갖 생소한 물건들이 좌판에 놓여있고 알록달록 달콤한 과자와 사탕. 국밥집에선 뽀얀 김이 연기처럼 뿜어져 나온다. 엄마 따라 장에 갔지만 그래봤자 내가 먹는 건 호떡이나 엿이었다. 여기 저기 장터 골목을 다니다보면 아는 친구도 만난다. 친구들도 나처럼 엄마 꽁무니 따라 장에 온 것이다. 학교가 아닌 밖에서 친구를 만나면 왜그리 어색하고 쑥스러웠던지....
달콤한 목소리의 주인공 이광조의 '나들이'. 이 노래가 1977년생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세련되고 부드럽고 촌스럽지 않은데 말이다. 지금 들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 노래를 사회 초년생 때 라디오를 조그맣게 켜놓고 잠을 자다 들었다. 귓가에 달콤하게 속삭이는 노래가 내 무의식을 깨웠을까. 비몽사몽에 듣는 노래가 너무 달콤했다. 지금도 이 노래를 들으면 그때의 추억이 생각난다. 시간은 흐르지만 노래의 멜로디는 선명하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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