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이광조의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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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래] 이광조의 '나들이'

  • 승인 2019-10-14 13:35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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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제공
나들이하기에 좋은 날이다. 하기야 나들이는 언제 가도 좋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는가. 지난 주말 여행을 다녀왔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빡빡한 일상에 지쳐 배터리가 나갈 즈음 기차 타고 여행가는 그 기분을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새벽기차 타고 느리게 덜컹덜컹 기차에 몸을 맡겨 보라. 그 순간은 그래도 세상을 살 만한 풍경으로 다가온다. 벅찬 희열에 졸음은 사라지고 창 밖의 낯선 풍경에 마음이 빼앗긴다. 곱게 물드는 나무와 물가의 빛나는 갈대.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즐거움은 낯섦에 대한 매력을 더한다.

나들이는 유년시절 엄마 따라 장에 가는 게 처음이었다. 곱게 화장하고 차려입은 엄마 손 잡고 걸어서 5일장에 간다. 장날은 어른에게도 한숨 돌리는 하루다.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성장하고 너나들이 하면서 설렘을 안고 삼삼오오 모여서 장을 보러 간다. 사실 집에서 그리 먼 거리도 아닌데 어린 마음엔 마치 외국에 간 느낌이다. 온갖 생소한 물건들이 좌판에 놓여있고 알록달록 달콤한 과자와 사탕. 국밥집에선 뽀얀 김이 연기처럼 뿜어져 나온다. 엄마 따라 장에 갔지만 그래봤자 내가 먹는 건 호떡이나 엿이었다. 여기 저기 장터 골목을 다니다보면 아는 친구도 만난다. 친구들도 나처럼 엄마 꽁무니 따라 장에 온 것이다. 학교가 아닌 밖에서 친구를 만나면 왜그리 어색하고 쑥스러웠던지....

달콤한 목소리의 주인공 이광조의 '나들이'. 이 노래가 1977년생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세련되고 부드럽고 촌스럽지 않은데 말이다. 지금 들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 노래를 사회 초년생 때 라디오를 조그맣게 켜놓고 잠을 자다 들었다. 귓가에 달콤하게 속삭이는 노래가 내 무의식을 깨웠을까. 비몽사몽에 듣는 노래가 너무 달콤했다. 지금도 이 노래를 들으면 그때의 추억이 생각난다. 시간은 흐르지만 노래의 멜로디는 선명하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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