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시인 프랑시스코 파스통키의 시 [엄마는 어떤 사람]이다. 날씨가 더욱 깊은 가을로 접어들고 있다. 이어선 차가운 겨울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면 길가의 나무들도 벌거숭이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듬해 봄이 되면 그 나무들은 다시금 새싹을 솟아내고 꽃까지 선보인다. 따라서 생로병사(生老病死)는 어쩌면 나무 등의 식물을 제외한, 우리 인간 등 동물에게만 해당되는 신의 묵시적 전횡(專橫)이 아닐까도 싶다.
어쨌든 [엄마는 어떤 사람] 시에서도 볼 수 있듯 엄마가 그처럼 살신성인(殺身成仁)으로 일관하는 것은 아기(아이)가 존재하는 때문이다. 아무리 빈고(貧苦)의 고통스런 삶일지라도 아기가 있는 엄마와 가정은 행복하다.
아빠도 힘이 나서 돈을 더 열심히 번다. 이러한 건설적 부부의 부창부수(夫唱婦隨) 삶은 붕우책선(朋友責善=벗끼리 서로 좋은 일을 하도록 권함)의 아름다운 모습까지 열매로 수확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기저로 작동한다.
어제도 딸은 귀염둥이 외손녀의 모습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올렸다. 생후 아홉 달에 접어든 녀석은 아랫니가 두 개 솟았으며, "엄마"와 "아빠" 소리도 곧잘 옹알이한다. 할머니인 아내와 할아버지인 내가 봐도 너무 예뻐 미칠(!) 지경이니 딸과 사위의 심정은 오죽할까 싶다.
특히 아내는 하루에도 열두 번씩이나 외손녀의 모습을 보고 또 본(단)다. 생후 두 달 째에 접어든 친손자도 엄마와 아빠를 인지할 즈음부턴 외손녀처럼 하루가 멀다고 사진과 동영상으로 우리부부에게 인사를 할 게 틀림없다.
아들과 딸은 지난 학창시절에도 우수한 성적을 기반으로 학교서 상장을 받아오는데 있어선 그야말로 치열한 경쟁관계였으니까. 하여간 이런 풍경에서 새삼 아이는 가족들의 웃음과 행복 화수분임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떤가? 이런 정서에서 前 청와대 정책실장이었던 김대기 단국대 초빙교수의 칼럼 [이런 미래를 넘겨주고 있다]를 소개한다.
= "지금 태어난 아기가 가장 활동이 왕성한 40세가 되었을 때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중략) 통계청이 발표한 장기 인구 추계를 보면 40년 후, 즉 2060년경 한국의 인구 상황은 참담함을 뛰어넘어 절망에 가깝다.
생산 가능 인구(15~64세)가 1700만 명(45%), 주택 주 구매자인 핵심 소비 연령(35~55세)이 800만 명(49%) 줄어든다.
노인은 1000만 명 이상 늘어서 사회 평균 연령 61세, 노인 비율 44%로 세계 최고령 국가가 된다. 현재 최고령 국가인 일본의 2060년 예상치 55세, 38%를 능가한다." =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끔찍하다!
늙은이들은 즐비한 데 반해 한창 일을 해야 하는 청년들, 특히 미래를 담보하는 가장 막강한 자원인 아이들은 더욱 감소한다니 왜 안 그러하겠는가! 칼럼을 좀 더 인용한다.
= "일본은 2차 베이비붐 세대가 있어서 2005년부터 상황이 호전되었지만 우리에게는 그런 행운이 없다. 갈수록 저성장의 골이 깊어지면서 대도시 이외 지역에서는 일본처럼 빈집이 골칫거리가 되는 상황이 올 것이다.
사회 분야는 더욱 심각하다. 2060년에는 학령인구가 410만 명(49%) 줄면서 초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 절반가량이 비게 된다. 18세 인구도 줄어서(54%) 나라를 지킬 군(軍) 인력마저 초비상이다.(중략)
가장 무서운 것은 국가 부도 가능성이다. 고령화에 포퓰리즘까지 가세하면 재정은 금방 거덜난다. 이미 한계치를 넘어선 가계 부채를 감안하면 재정 위기 때 파괴력은 과거 외환 위기보다 100배는 강할 것이다.(중략)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의 미래는 아무리 봐도 어둡다. 이미 경제는 추락하기 시작했고 기업은 해외로 나가고 있다. 주변국 관계도 심상치 않다. 대전환기에 할 일이 태산 같은데 미래 대비는커녕 장관 하나 때문에 국민은 분열하고 국정은 마비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국정이 계속된다면 우리 미래 세대는 정말 참담한 앞날을 맞이할 것이다." =
'어머니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고 늦게 잠드는 것을 좋아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어머니는 특별히 좋아하시는 음식이 한 가지도 없는 줄 알았습니다'라는 글이 있다. 그처럼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셨다.
거기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내 아이가 존재한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머니의 희생 가치는 오로지 자신의 자녀가 잘 되기만을 오매불망 기도하고 발원한 것이었다. 한데 대한민국은 어쩌다 이처럼 아기까지 안 낳는 국가가 되었을까?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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