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혁신도시 지정과 관련한 입법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국정 최고 책임자의 지원사격 발언으로 반전을 기대했지만, 물거품으로 돌아간 것이 아니냐는 허탈감이 감지된다.
하지만, 비공식적으로 지원사격 의지를 밝힌 만큼 입법 문제만 해결될 경우 혁신도시 지정 문제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긍정론도 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충남 아산 디스플레이공장과 내포신도시 충남도청 등 방문에서 각각 충남을 디스플레이산업과 해양신산업 메카로 육성하겠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내놨다.
두 번의 공식 연설에서 15년간 공공기관 이전과 지역인재 채용 등 정부의 각종 지원에서 소외돼 역차별을 받고 있는 대전시 충남도 혁신도시 지정 문제에 대해선 공식적인 발언이 없었다.
다만, 문 대통령은 비공식 오찬 간담회에서 양승조 충남지사로부터 혁신도시 지정 건의를 받고 "기대해봐도 좋지 않겠느냐"라는 발언을 했다고 양 지사가 추후 브리핑에서 전했다.
현재 국회에는 대전 충남 소재 공공기관에 지역인재를 우선 채용하는 법안(박병석·이은권)안이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고 두 지역을 직접 혁신도시로 지정하는 법안(홍문표안)도 국토교통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충남방문에서 혁신도시 지정과 관련 공식적인 검토발언을 했다면 여당 지도부와 의원들이 법안처리에 속도를 내는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었지만 결국 수포로 돌아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국민의 눈과 귀가 집중된 공식적인 자리에서의 연설에서 나온 발언이 아니어서 충청인들이 받아들이는 무게감은 다소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행사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홍문표 의원(홍서예산)은 "대통령의 지역 방문에선 현안 문제를 제대로 짚어줘야 한다"며 "충남의 핵심현안은 뭐니 뭐니 해도 혁신도시 지정 문제인데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것은 도민을 우롱하는 것이다"고 핏대를 세웠다.
이어 "지난번에 이낙연 총리가 충남 재래시장을 찾아 혁신도시 지정을 반대한데 이어 이번 문재인 대통령 방문에서도 혁신도시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며 "비공식 자리에서의 백번 말해도 단 한 번의 공식 발언이 중요하다. 15일 충남도 국정감사에서 이같은 난맥상을 반드시 짚을 것이다"고 집중포화를 예고했다.
반면, 반대의 시각도 있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문 대통령 방문 이후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서산 해미면에서 문 대통령과 비공개로 진행된 오찬간담회 내용을 전하면서 "문 대통령으로부터 기대해봐도 좋지 않겠느냐는 답변을 들었다"며 충남 혁신도시 지정에 대해 낙관론을 폈다. 이어 양 지사는 "국회의 입법적인 문제가 있을 뿐 여당과 정부가 혁신도시 지정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강제일·내포=김흥수·서울=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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