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 제공 |
김자환 지음│도면회 감수│파랑새
'새야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 장수 울고 간다'
지금은 듣기 귀해진 '새야새야 파랑새야'라는 전래 민요가 있다. 조선말 동학 농민 운동을 주도했던 전봉준에 관한 민요다. 녹두는 어려서부터 몸집이 작았던 전봉준의 별명이다. 녹두밭에 앉으려 하는 파랑새는 일본군, 청포 장수는 조선의 백성들을 상징한다. 녹두꽃이 새 때문에 떨어지듯, 전봉준과 동학농민운동이 실패해 조선의 백성들이 눈물을 흘렸다는 의미다. 청포장수에 대해서는 당시 청포만을 무대로 활약한 동학군 배상옥 장군이라는 설도 있다.
전봉준이 이순신, 연개소문, 장보고, 윤관 장군에 이어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나라를 지킨 장군』 시리즈 다섯 번째로 이름을 올린 건 주목할 만 하다. 신분의 벽이 견고했던 시대 탓에 침략을 막을 전략을 짜고, 군인들을 지휘할 수 있는 위인의 대부분은 관직을 맡은 이들이었다. 이순신은 양반가에서 태어나 무과에 급제해 군사들을 훈련시킬 수 있었고, 연개소문은 고구려 명문가 출신의 장군이다. 장보고는 낮은 신분으로 태어났지만 당나라에서 군 소장이 되고, 신라로 돌아와 청해진 최고 직급인 대사에 임명돼 활약한다. 윤관도 문과 급제로 관직에 종사하고 동북9성을 쌓아올리는 성과를 거둔다.
전봉준은 몰락한 양반 출신이었다. 선비였지만 소농이었고, 훈장 일을 하며 생계를 보태기도 했다. 아버지가 민란의 주모자로 처형된 뒤부터 사회개혁에 뜻을 품게 됐고 1890년 동학에 입교했다. 농민의 세상을 꿈꾸며 동학농민운동을 주도, 부패한 관리를 처단하고 사회개혁에 앞장선다. 일본이 침략했을 때 맞서 싸우다 패배한 뒤에 부하의 밀고로 붙잡혀 처형되고 말았다. 관직에 종사하지 않은 순수한 민중의 대표였다는 점, 나라를 좀먹는 내부의 적과도 싸웠던 점은 다른 장군들과 다르지만 나라를 지키는 데 힘썼다는 점은 모두와 같다.
'농민군은 잘못된 세상을 바로잡으려 하는 사람들이다. 탐학 관리를 몰아내고 그릇된 정치를 바로잡는 것이 어찌 잘못이며, 조상의 후광에 힘입어 백성들의 피를 빠는 자들을 없애는 게 어찌 잘못이며, 사람의 탈을 쓰고 사람을 매매하고 나라를 농락하여 제 뱃속만 채우는 자들을 치는 것이 어찌 잘못이냐.' 3·1운동,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등 모든 민중의 일어남에는 전봉준이 심은 씨앗이 남아있다. 해마다 다시 피는 녹두꽃 따라 정의롭고 바른 세상이 피어나도록, 책에 담긴 전봉준의 혼과 정신이 독자들의 가슴에 되새겨져야 할 이유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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