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Viva La Vida'(비바 라 비다) 인생이여 만세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Viva La Vida'(비바 라 비다) 인생이여 만세

황운하 대전경찰청장

  • 승인 2019-10-09 09:23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황운하
대전경찰청 황운하 청장
지난여름 숨이 막힐 것 같은 열기로 불쾌지수가 치솟던 그 날, 긴급 강력사건이 발생했다. 여성이 납치됐다. 범인은 40대 남성으로,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의 딸을 납치해 어디론가 도망갔다.

곧바로 전담팀을 구성해 추적수사에 들어갔지만, 범인의 행방은 쉽게 드러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피해자의 안전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은 물론 머리마저 갑갑해져 왔다.

다행히 얼마 되지 않아 범인을 찾았고, 도주과정에서 추격하는 순찰차를 들이받아 경찰관 2명이 다치기는 했지만, 사건은 해결됐다. 납치된 여성이 무사하다는 소식을 듣고서 비로소 긴장을 풀 수 있었다.

경찰의 일이란 긴장의 연속이다. 촌각을 다투며 사건을 해결하고, 그 과정에서 시민의 안전을 위해 온 신경을 곤두세운다. 한순간의 실수가 시민의 목숨은 물론 자신의 안위에도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잠시의 여유도 없다.



이렇듯 업무시간 내내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다 보니 경찰 조직의 분위기는 경직되기 쉽다. 감성도 메마르게 된다. 이러한 조직문화는 시민에게 경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준다. 이런 악순환을 어떻게 끊을 수가 있을까?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문화경찰'을 떠올렸다.

업무 특성상 경직될 수밖에 없는 조직문화에서 문화예술을 가까이하고 인문학적 감수성을 길러 나간다면 유연한 사고와 따뜻한 감성을 가진 조직으로 변화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시민과 공감하며 약자에 대한 배려심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다.

대전경찰청은 매주 금요일마다 '대(대전경찰이)성(성장하는)공(공간)톡스(Talks)'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각계 인사를 초청해 음악과 미술, 시 그리고 인문학 특강을 듣는다.

대전경찰청사 안에 '한 평 갤러리'라는 작은 전시공간을 만들어 직원들이 오가는 길에 미술작품을 감상하도록 하고 감성적인 사고를 유도한다. 또 점심시간을 활용해 직원을 위한 작은 음악회도 열려고 한다. 잠시라도 마음의 휴식을 찾기를 바라는 의미에서다.

시민 홍보도 감성홍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성악가와 미술가를 홍보대사로 위촉해 시민과의 감성소통에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대전경찰 모든 구성원이 단순한 치안유지 임무 수행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고 나아가 모든 시민의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는 단계까지 올라가겠다는 생각이다.

그리하여 우리 문화경찰은 보다 넓은 시각에서 사건을 조망하고, 이면에 감춰진 안타까운 사연들을 발견하는 등 사안의 본질을 꿰뚫어 보아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경찰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경무국장(경찰청장)이었던 백범 김구 선생은 문화의 남다른 힘을 잘 알고 있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 [나의 소원' 백범일지 중]

이제 문화의 힘을 믿는 대전경찰은 '문화경찰'로 거듭날 것이고, 나아가 시민을 위한 시민의 경찰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Viva La Vida(비바 라 비다). '인생이여 만세'라는 스페인어로, 멕시코 천재여류화가 '프리다 칼로'의 마지막 작품인 '수박정물화' 속에 새겨진 문구다. 평생을 장애로 고통받으며 살다가 결국 삶의 존귀함을 깨닫고 인생은 살아볼 만한 아름다운 것이라는 그녀의 삶에 대한 의지가 담겨있는 문구다.

대전시민 모두가 우리 경찰을 보면서 '인생이여 만세'를 외치며 행복해하는 그 날을 상상해본다. 문화경찰을 향한 대전경찰의 새로운 도전에 시민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과 아낌없는 성원을 기대한다.

황운하 대전경찰청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