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경찰청 황운하 청장 |
곧바로 전담팀을 구성해 추적수사에 들어갔지만, 범인의 행방은 쉽게 드러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피해자의 안전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은 물론 머리마저 갑갑해져 왔다.
다행히 얼마 되지 않아 범인을 찾았고, 도주과정에서 추격하는 순찰차를 들이받아 경찰관 2명이 다치기는 했지만, 사건은 해결됐다. 납치된 여성이 무사하다는 소식을 듣고서 비로소 긴장을 풀 수 있었다.
경찰의 일이란 긴장의 연속이다. 촌각을 다투며 사건을 해결하고, 그 과정에서 시민의 안전을 위해 온 신경을 곤두세운다. 한순간의 실수가 시민의 목숨은 물론 자신의 안위에도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잠시의 여유도 없다.
이렇듯 업무시간 내내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다 보니 경찰 조직의 분위기는 경직되기 쉽다. 감성도 메마르게 된다. 이러한 조직문화는 시민에게 경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준다. 이런 악순환을 어떻게 끊을 수가 있을까?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문화경찰'을 떠올렸다.
업무 특성상 경직될 수밖에 없는 조직문화에서 문화예술을 가까이하고 인문학적 감수성을 길러 나간다면 유연한 사고와 따뜻한 감성을 가진 조직으로 변화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시민과 공감하며 약자에 대한 배려심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다.
대전경찰청은 매주 금요일마다 '대(대전경찰이)성(성장하는)공(공간)톡스(Talks)'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각계 인사를 초청해 음악과 미술, 시 그리고 인문학 특강을 듣는다.
대전경찰청사 안에 '한 평 갤러리'라는 작은 전시공간을 만들어 직원들이 오가는 길에 미술작품을 감상하도록 하고 감성적인 사고를 유도한다. 또 점심시간을 활용해 직원을 위한 작은 음악회도 열려고 한다. 잠시라도 마음의 휴식을 찾기를 바라는 의미에서다.
시민 홍보도 감성홍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성악가와 미술가를 홍보대사로 위촉해 시민과의 감성소통에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대전경찰 모든 구성원이 단순한 치안유지 임무 수행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고 나아가 모든 시민의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는 단계까지 올라가겠다는 생각이다.
그리하여 우리 문화경찰은 보다 넓은 시각에서 사건을 조망하고, 이면에 감춰진 안타까운 사연들을 발견하는 등 사안의 본질을 꿰뚫어 보아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경찰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경무국장(경찰청장)이었던 백범 김구 선생은 문화의 남다른 힘을 잘 알고 있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 [나의 소원' 백범일지 중]
이제 문화의 힘을 믿는 대전경찰은 '문화경찰'로 거듭날 것이고, 나아가 시민을 위한 시민의 경찰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Viva La Vida(비바 라 비다). '인생이여 만세'라는 스페인어로, 멕시코 천재여류화가 '프리다 칼로'의 마지막 작품인 '수박정물화' 속에 새겨진 문구다. 평생을 장애로 고통받으며 살다가 결국 삶의 존귀함을 깨닫고 인생은 살아볼 만한 아름다운 것이라는 그녀의 삶에 대한 의지가 담겨있는 문구다.
대전시민 모두가 우리 경찰을 보면서 '인생이여 만세'를 외치며 행복해하는 그 날을 상상해본다. 문화경찰을 향한 대전경찰의 새로운 도전에 시민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과 아낌없는 성원을 기대한다.
황운하 대전경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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