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에서 서문조 역을 맡은 이동욱. OCN 제공 |
"이 세상에 내가 너무 많거든" 지난 6일 종영한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에서 연쇄살인마 서문조(이동욱)가 같은 고시원에 사는 변득종(박종환)과 생존을 건 혈투를 벌이며 건넨 말이다. 그야말로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문장이 아닐 수 없다.
도처에 널린 살인 사건은 수없이 많다. 보성 앞바다에서 한 노인은 욕정 때문에 연인들과 여성들을 마구 살해한다. 어떤 남성은 아내와 자식을 죽이기 위해 청산가리를 구입하고 막내아들을 목 졸라 죽인다. 또 다른 이는 불운한 처지를 비관하며 일면식도 없는 가정에 난입해 무차별 살해를 저지른다. 이처럼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살인은 형태를 달리하며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무서운 점은 살인자들이 사이코패스도, 사회 이단아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이 왜 순식간에 살인자로 돌변하는지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살인의 동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거부당한 색욕, 부에 대한 탐욕, 조절되지 않은 분노는 가장 자주 등장하는 살인 동기다. 물건을 부숴봤거나 누군가에게 화풀이를 해본 사람이라면 인간 내면에 파괴적 본능이 있다는 사실에 수긍할 것이다. 그렇지만 누구나 살인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인간의 도덕적인 관념을 배반하는 살인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되지 않는다.
인면수심 살인마들이 넘쳐나지만 사형 집행이 멎은 지 벌써 20년이 지났다. 범죄자들이 피해자를 마음껏 유린해도 합당한 처벌을 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범죄자 인권에 대한 과잉보호 지적이 나온다. 피해자들은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지만 사형수가 된 살인범들은 여전히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피해자의 가족은 경찰이 된 후 "내 동생은 흉악한 살인마의 손에 목숨을 잃었는데 나는 살인마의 가족들을 보호하고 있다"고 하며 역설에 대해 울부짖는다. 대한민국 형법은 여전히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사형 집행을 멈춘 것은 국가가 법을 지키지 않고 직무를 유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법적 정의와 위엄이 사라진 사회는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 특히 양형 기준의 약화로 감형될 경우 범죄자들이 다시 사회로 나와 여성이나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감형의 사유로 가정환경, 술, 종교에의 귀의, 개선의 여지 등 자주 언급되는 요소가 많지만 요즈음의 사건 사고들을 보면 사형을 비롯한 범죄의 양형 기준이 너무 낮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고령화 사회가 되어 인간 수명과 활동 연령이 높아진 만큼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은 반드시 강화돼야 할 것이다.
교도관이나 기자, 검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거는 적반하장 범죄자들도 있다고 하니 그저 '사람이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질문만 떠오를 뿐이다.
최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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