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기업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기업구단 한화이글스에는 혈세를 대거 투입해 인프라 개선에 두 팔을 걷고 있지만 공공재(公共財) 요소를 가진 시민구단 대전시티즌에는 오히려 예산 지원 감축을 저울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같은 행정당국의 엇갈린 행보에 대한 형평성 결여를 지적하면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대전시에 따르면 모두 1393억원을 투입해 2024년 말까지 새 야구장인 (가칭)대전베이스볼드림파크를 건설할 예정이다. 이 예산은 국비와 시비 민자로 조달될 예정인데 아직 까지 분담비율이 정해진 것은 없다. 하지만, 시민 혈세로 최소 1000억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타 시·도 새 야구장 건립과정에서 통상 구단이 30%가량을 분담했으며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지 않는 선에서 국비 지원이 이뤄질 것 임을 예측한 계산이다. 1000억원은 시티즌의 10년 운영비와 맞먹는 수준이다.
시는 새구장 설계가 착수되는 2021년부터 4년간 순차적으로 혈세를 투입할 예정이다. 베이스볼드림파크가 허태정 대전시장 공약사업이고 한화 홈구장이 전국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점을 고려해도 막대한 혈세 지원이 이뤄진 것은 부인할 수는 없다.
뿐만 아니다. 대전시는 지난 2012년 한밭야구장을 1만 3000석 규모로 증축할 당시에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바 있다. 당시 총 공사비는 130억원 가량이었는 데 국비 30%와 한화 부담 15억 원을 뺀 76억 원은 고스란히 시민 호주머니에서 나왔다.
반면, 최근 수년간 대전시티즌 경기력 향상을 위한 인프라 개선에 시비를 투입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2013년 개관한 덕암동 클럽하우스가 사실상 유일한데 전체 공사비 69억원 가운데 국비가 21억원 가량 포함돼 있다. 기업구단 한화이글스에 수년간 쏟아부은 혈세에 비하면 극히 적은 수준이다.
일각에선 홈구장 명칭 사용권에 대한 차별을 지적하는 의견도 나온다. 한화생명이글스파크 처럼 구장에 기업명칭을 붙여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한 네이밍 라이츠(naming rights·명명권)을 대전시가 허용한 것이다. 시티즌의 '안방' 대전월드컵경기장은 이같은 방식이 시도되지 않고 있다.
김세환 전 대전시티즌 사장(체육학박사)는 "한밭 구장 네이밍 라이츠는 시가 한화 측에 엄청난 편의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며 "시티즌 역시 이같은 방안 도입하는 것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시민주 공모를 통해 탄생한 시티즌 주인은 시민인데 이들의 의견을 묻지 않고 시장이 매각을 결정한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으로 경영환경이 이처럼 악화 되기까지 행정당국의 노력이 있었는지에 대해 의문이다"고 보탰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를 차별해 지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며 "시장님 발언 이후 매각 또는 기업유치 등과 관련해 업무지시가 하달 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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