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대전의 대표 인물인 단재 신채호 선생 재조명에 초점이 맞춰진 상태다.
대전시를 비롯해 문화예술계 또한 힘을 실어 이미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제작해 선보였다.
지난 6월 극단 새벽은 연극 '곡하고 노래하리라'를 초연했다. 단재가 의열단 김원봉과 만나 조선혁명선언서를 집필해 준 역사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호평을 받았다.
마당극패 우금치는 지난 4~5일 '하시하지'를 공연했다. 민초들의 뿌리인 흙을 매개로 그가 지키고자 했던 민족성을 세밀하고 깊은 울림으로 표현했다. 우금치는 일제강점기 세워진 옛 충남도청사 건물을 활용하며 야외공연의 이점을 살렸고, 역사적 의미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했다는 감상평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극단 새벽과 마당극패 우금치의 단재 공연은 향후 대전에서 다시 무대에 오를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대전의 예술가들이 창작한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예산에 가로막혀 사장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극단 새벽은 오는 11월과 12월께 청주 지역에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공연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전에서는 예산 부족이라는 이유로 공연을 선 뵐 기회를 잡지 못했다는 뒷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추경을 통해 대전시 예산 지원을 받은 우금치도 이틀간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했지만, 사실상 올해는 재연은 기약이 없다.
옛 충남도청사 뒷마당에서 이뤄지는 야외공연이라는 특수성도 있지만, 공연에 투입되는 배우들의 인건비와 무대 설치에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도 포함돼 있다.
문화계 관계자는 "대전에서 좋은 공연이 창작되고 초연되지만, 대부분 일회성에 그친다. 좋은 공연을 오래 볼 수 있도록 지속성 있는 지원과 후원만이 대전 문화예술을 살리는 길"이라며 "잘 만들어진 공연을 초연만 하고 묻어두는 것은 오히려 예산 낭비"라고 조언했다.
다른 문화계 관계자는 "옛 충남도청사 뒷마당을 주차장으로만 활용하기엔 아깝다. 마당극이라는 희소성도 있고, 단재와 장소의 의미가 큰 만큼 대전 방문의 해가 이어지는 동안이라도 대전의 대표 브랜드로 꾸준히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근 한차례로 막을 내린 이머시브 연극이 접목된 평화 로드 씨어터 '달맞이꽃'도 향후 지속적인 운영을 기대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배우들이 관람객들과 동행해야 하는 역사 프로그램 특성상 배우들이 인건비를 지원해야 하고, 내용 업그레이드와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배 이상의 재원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대전시도 고민에 빠졌다. 2020년도 본예산에 몇몇 공연을 위한 예산을 포함했으나 생각대로 예산이 확보될 가능성은 미지수기 때문이다.
시 문화예술 관계자는 "좋은 공연이라 대전시도 고민을 하고 있다. 좋은 공연을 지속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보겠다"며 가능성만큼은 열어둔 상태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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