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교수 |
개혁을 뒷받침할 광범위한 백성과 사회세력의 뒷받침이 결여됐기 때문에 전근대적인 봉건사회의 시대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가 없었다. 봉건사회라는 시대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다수 백성의 동의와 지지가 결여된 개혁이었기 때문에 실패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개혁으로는 1990년대 YS의 문민정부 개혁을 들 수 있다.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개혁은 금융실명제 시행, 하나회 척결, 5·18 진상규명과 같은 성과물을 남기면서 많은 지지를 받았고 개혁은 국민적 일상용어가 됐다. 그러나 IMF 국가위기와 아들과 관련된 부정부패, 노동법 개정과 한보철강 문제 등으로 개혁은 완성되지 못하고 좌초하고 말았다.
지금까지의 한국사에서 대부분의 개혁이 실패했음에도, '개혁'이라는 화두는 아직도 한국을 감싸고 있고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전후해 검찰개혁이 급격히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어떠한 개혁이든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갖추어야 할 두 가지 요소들이 있다.
첫째, 개혁을 주도하는 세력의 ‘자기개혁’이 결여돼 있다. 검찰을 개혁하겠다는 주무장관인 법무부 장관과 그의 가족들을 둘러싼 많은 도덕적, 법적인 의혹들로 인해 많은 국민이 검찰개혁 이전에 먼저 자기개혁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고려 말 도덕성이 결여된 신돈의 개혁처럼, 부단한 자기성찰 없이 자신의 정치적 지위나 입장을 앞세우며 제멋대로 행하는 자의(恣意)적 리더십은 필연적으로 실패를 가져왔다는 것이 역사가 주는 교훈이다.
대통령을 포함한 어느 지도자든 여기에 예외가 있을 수 없다. 개혁을 이끌어가는 지도자는 겸손해야 하고, 자기 한계성과 부족함을 알아야 한다. 자기만이 개혁을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부터 겸손 대신 교만과 오만이 찾아오고, 그 자신은 개혁의 대상이 된다.
둘째, 이념을 앞세운 측근 정치의 문제점이다. 많은 국민이 대통령 주변에 1980년대 운동권 출신의 ‘586’세대가 주축을 이루고 있는 것에 대해 적지 않은 우려를 갖고 있다. 측근 정치가 이루어지면 대통령은 한쪽 이야기만 듣게 되고 의사 수렴의 통로는 자연 좁아진다. 공적인 관계보다 개인적인 이해관계에 많은 것을 의존하게 되고, 이런 구조 속에서 이루어지는 분파적 개혁은 성공의 가능성이 희박해 진다. 신돈 또한 자신과 생각을 같이하는 개혁세력에 둘러싸여 반대의견을 무시하고 반(反)개혁세력으로 몰아붙이다 결국 실패했다.
이처럼 측근 정치는 많은 국민의 동의를 끌어내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측근 정치를 벗어나 이념과 배경, 출신을 뛰어넘어 야당 인사까지도 포함한 광범위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공정한 인사가 필요하다.
국가 발전을 위해 현 정부와 여당이 진정으로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한다면 사실 검찰개혁보다 쉬운 일도 없을 것이다. 지금처럼 검찰의 숨통을 죄는 청와대의 인사권이라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남미의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같이 검찰이 정치권력의 눈치를 볼 필요 없도록 검찰총장을 포함한 검찰조직을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헌법상 독립기구로 만들면 된다. 이런 검찰개혁에 반대할 야당이나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정호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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