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중 구단에 미치는 충격파를 예측하지 못했을 리 만무한 데 007작전을 방불케 하면서 '매각 카드'를 제시한 것은 이를 감수하면서도 시티즌 경영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시정 최고 책임자이며 구단주로서 구단 존립에 직결되는 사안에 대해 작심 발언을 한 것은 기업 접촉 등으로 이른바 '빅 피처'가 이미 그려져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허 시장은 지난 2일 시청 기자실을 찾아 "대전시티즌에 해마다 많게는 80억원 이나 되는 세금을 투입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며 "지역 연고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비전으로 구단을 이끌 기업을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사실상 기업구단 전환 의지를 비추고 있다.
허 시장이 이날 기자실을 찾아 이같은 발언을 하기까지는 시청 담당 국장과 대전시티즌 수뇌부에서도 전혀 낌새를 눈치 채지 못했다. 그만큼 극비리에 진행됐다는 것이다. 축구계 안팎에선 이처럼 전광석화와 같이 움직인 것은 허 시장 머리 속에는 어느 정도 기업구단 전환에 대한 '빅피처'가 그려져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일단 허 시장 발언은 매년 수십억원에 대한 혈세투입에 대한 부담을 언제까지 안고 갈 수는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시는 2017년 70억 3000만 원, 2018년 84억 7000만 원, 2019년 60억 원을 지원했으며 내년에도 이 수준의 재정지원금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허 시장은 기업구단화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이 없었고 지역사회에선 특정 기업 의지와 무관하게 그동안의 지역사회 및 시정 관련성 등으로 미루어 하마평이 나온다.
일단 허 시장은 최근 사이언스컴플렉스 건설 주체인 신세계 임원진을 만났다. 사이언스컴플렉스 조성과 관련한 보고청취와 향후계획 설명 등이 주요 의제였는데 공식적인 행사 외에 비공식적으로 허 시장과 신세계 측 관계자의 면담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신세계가 대전 진출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대전시티즌 인수 또는 지원 논의가 오간 것 아니냐는 억측도 시청 안팎에서 나온다.
대표적 향토기업인 한화 이름도 나온다. 한화는 최근 대전시의 베이스볼드림파크 건설계획 발표로 대대적인 홈구장 개선 기회를 잡은 것이다. 일각에선 한화가 시의회에서 이전 동의안이 가결된 대전하수처리장 민간투자사업의 우선 제안자라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축구계 관계자는 "허 시장이 기습 기자회견을 자청해 시티즌의 기업 구단화 의지를 밝힌 것은 사전에 이와 관련한 논의가 어느정도 진척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기업구단화가 추진된다고 해도 대전의 자산이며 시민들의 자부심인 시티즌을 흔드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고 촌평했다.
강제일·이상문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