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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투아네트 메이 지음│손희경 옮김│생각의힘
"그들은 귀신도 잡을 수 있겠다(They might capture even the devil)."
'귀신 잡는 해병대'라는 말은 한 종군기자가 쓴 기사 속 문장에서 유래했다. 한국 해병대 1개 중대가 북한군 대대병력을 궤멸시킨 통영상륙작전. 이를 보도하면서 귀신을 잡을 정도라고 묘사한 기자가 6·25전쟁 종군기자 300여 명 중 유일한 여성이었던 마거리트 히긴스다.
『전쟁의 목격자』는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앙투아네트 메이가 히긴스의 주변 인물들을 조사하고,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쓴 히긴스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다. 히긴스를 직접적으로 알고 있거나 깊은 인연이 있는 사람들-친구, 동문, 직장 동료, 가족-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증언은 그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한다.
히긴스는 1950년 6월 한국전쟁 발발 이틀 만에 전쟁 지역 중심부로 들어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미군의 한국전쟁 참전 여부조차 결정되지 않았을 시기다. 그는 약 6개월 동안 한반도 전역을 종횡무진하며 전황을 보도했다. 1951년에는 《자유를 위한 희생War in Korea》으로 퓰리처상 국제 보도 부문에서 여성 최초 수상을 했다.
'종군기자 마거리트 히긴스'는 늘 최전선에 있었다. 전쟁을 쉽고 안전하게 취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군 장성이나 고위 장교들과 가깝게 지내려는 노력 같은 건 하지 않았다. 분쟁 지역에서도 실제 전투 현장과 가장 가까운 곳에 머무르면서 참전 군인들과 함께 전투를 치렀다. 히긴스의 기사에 이등병에서부터 총사령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급의 사람들이 느끼는 전쟁에 관한 생각이 폭넓게 담겨 있는 이유다.
한국전쟁 외에도 제2차 세계대전, 콩고내전, 베트남전쟁을 몸으로 뛰었던 그는 성별 때문에 늘 또 다른 싸움을 치러야 했다. 남성들은 그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취재를 우려하거나 희롱했다. 전선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은 그에게 여성 종군기자의 평등한 접근이라는 명분을 발전시키게 했다. 전출 명령을 받았을 때는 맥아더 장군을 설득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승리를 거둔다. "(…)나를 비롯한 정말 많은 남자들의 의식을 성장시켰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매기의 용기가 아니었더라면 오늘날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을 보지 못했을 테고 그런 게 당연하다고 여겼을 겁니다. (…) 기존의 사고방식을 깨부수게 한 좋은 경험이었어요." 히긴스의 친구이자 은인인 한 중위는 그를 '자신의 영혼이 먼지구덩이에서 머물지 않게 해주는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가장 위험한 곳에서 전쟁의 참혹함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평화를 위해 멈추지 않았던 그의 삶에 어울리는 말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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