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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고리 마이외·오드리 레비트르 지음│김현아 옮김│한울림스페셜
표지 위, 주인공의 청각장애 아들은 첼로를 연주한다. 그를 따라 오선지와 음표가 춤을 추고, 미소를 띤 가족들이 걷고 있다. 청각장애 아이의 부모로 산다는 것을 담은 그래픽 노블인데, 표지부터 음악이라는 소리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이 아이와 부모가 듣는 세상의 음악은 어떤 것일까.
대부분의 청각장애 아동은 들을 수 있는 부모 밑에서 태어난다. 들리지 않는 세계를 잘 모르는 부모가, 듣지 못하는 아이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언어나 의사소통 방식을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부모는 고민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하면 소리를 듣지 못하는 아이의 성장을 도울 수 있을까.'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대다수인 세상에서 아이의 정체성을 어떻게 지켜야 할까.' '어떤 선택이 진정으로 아이를 위한 길일까.'
이 책은 프랑스의 만화가이자 미술교사인 아빠가 청각장애 아들을 키우며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 일화를 담은 자전적 그래픽노블이다. 청각장애 아이를 둔 부모가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문제들, 특히 '수화냐 구화냐'와 같은 언어 선택의 문제, '인공와우 이식수술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와 같은 민감한 사안, 그리고 아이의 학교 입학을 전후로 당면하게 되는 문제를 솔직하게 다뤄 같은 처지에 있는 부모들에게 많은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청각 장애아를 둔 부모가 마주하는 현실은 냉정하기만 하다. 매뉴얼만 강조하는 전문가와 의료진, 행정절차를 우선시하는 관계 당국, 아이들의 병원 일정을 감안해주지 않는 직장. 심지어 교육기관마저 장애·비장애 아동 통합교육을 미룬다. 그들에게 정말로 듣지 못하는 건 청각장애인인 아이들이 아니라 무관심과 편견으로 막힌 세상이었다.
저자와 아내는 장애아도 비장애아와 동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 학교에 맞서 통합교육을 이뤄낸다. 아들이 인공와우를 이식한 뒤 첼로를 배우고 공연하는 모습도 보게 된다. 장애 자녀에게 비장애 아이들과 똑같은 가능성과 기회를 주고 싶어하는 부모들에게, 저자의 선택은 의미있는 지침이 돼 줄 것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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