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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까짓 거!
박현주 지음│이야기꽃
수업이 끝나가는 교실 밖, 비가 내린다. 우산도, 지금 데리러 와줄 수 있는 가족도 없는 아이는 걱정이 가득한 얼굴이다. 친구들은 우산을 챙겨 들거나 집에 전화를 하며 교실을 나선다. 한 아주머니가 자기 아이와 함께 우산을 쓰자고 말을 건넸지만 엄마가 오시기로 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모르는 사람과 우산을 같이 쓰자니 쑥스럽고, 비를 뚫고 걷기엔 창피한 나이.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 것도 막막하긴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 줄 모르겠다.
이때 친구가 아이 곁을 지나간다. 친구는 가방을 머리에 올려 비를 막고 뛸 참이다. "넌 안 가냐?" 그 모습에 아이도 용기를 내 같이 달린다. 달리는 김에 경주해서 지는 사람이 음료수 사주기로 약속도 한다. 편의점에서 미미분식까지, 그 다음은 피아노 학원까지. 어느덧 즐거운 달리기 놀이가 됐다.
친구가 학원에 들어간 뒤 혼자 빗속을 달리지만, 아이는 이제 씩씩하다. '이까짓 거!' 이제 비쯤이야 겁나지 않는다. 우산을 같이 쓰자는 또 다른 아주머니의 말에도 괜찮다고 활기차게 대답한다. 갑자기 내린 비처럼 예상하지 못한 일들은 아이의 앞에 언제든지 다시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이까짓 거'하고 용기내면 생각보다 잘 해나갈 수 있음을, 달리는 아이의 다부진 표정이 보여준다. 빗방울을 맞고 자라는 새싹처럼, 아이의 마음은 한 뼘 더 자랐을 것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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