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희(음악평론가, 백석문화대교수) |
대전오페라단의 '사랑의 묘약'은 19세기 시골마을을 1920년 미국 보드빌(Vaudeville) 극장으로 옮겼다. 본디 프랑스에서 기원한 코믹한 보드빌 장르가 미국으로 건너갔을 때는 온갖 다양한 인물과 볼거리가 등장하는 오락물로 인기를 끌었다. 대전예당 극장 속의 극장, 무대 위의 무대를 중심으로 배경이 펼쳐진 모습은 흡사 오래된 고전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고, 이는 곧 마지막 장면에서 실제 영상으로 연결되는 효과를 자연스럽게 연출했다. 무대의 앞면, 뒷면, 측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기법과 반짝이는 의상을 입고 춤과 연기를 시도한 후반부는 화려한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사랑의 묘약'에서 주인공들은 각자 개성이 뚜렷하다. 단순히 노래만 잘 하는 것이 아닌 그 역할에 최적화된 모습을 연출해야 코믹 오페라 특성이 살아난다. 그런 면에서 네모리노 역의 서필, 아디나 역의 구은경, 둘까마라 역의 이세영, 벨꼬레 역의 조병주는 이상적인 음색과 자연스런 연기로 큰 호응을 받았다. 한편 음악적으로 성실하고 안정적인 실력을 보여준 김정규와 이두영, 풍부한 성량을 지닌 이성원과 유려함이 살아있던 조용미도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무대가 멀어 때로 몰입이 힘들기도 했으나 무대를 꽉 채운 합창단원들의 소리가 공간적 거리를 좁히는 역할을 해냈다. 단지 오케스트라와 성악의 음악적 균형감과 성악 앙상블 간의 정확한 일치감은 더 기대해본다.
이번 대전오페라단의 '사랑의 묘약'은 신선한 해석과 다양한 볼거리로 오페라도 뮤지컬 못지않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오락물이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주었다. 더욱이 그 주제가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유의미한 진실을 알려주고 있다. 오지희(음악평론가, 백석문화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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