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오페라, 사랑의 묘약

  • 문화
  • 공연/전시

[리뷰] 오페라, 사랑의 묘약

-오락물의 재미와 진실의 가치 일깨워

  • 승인 2019-10-04 08:14
  • 신문게재 2019-10-04 12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오지희 평론가
오지희(음악평론가, 백석문화대교수)
지난 26일~29일, 나흘간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 무대에 대전오페라단 제 32회 정기연주 오페라 '사랑의 묘약'이 올랐다. 도니제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음악과 내용이 표방하는 유쾌함과 희극적 재미로 1832년 초연된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즐겨 보는 대중적인 오페라가 됐다. 주목할 점은 오페라 '사랑의 묘약'이 코믹한 전개가 펼쳐지는 주 흐름 속에서도 순수한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중심축으로 설정하여 우리에게 진정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는 데 있다. 나아가 아무리 이익추구와 거짓이 넘치는 세태라도 진실한 마음은 결국 세상을 이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덕목임을 음악과 재치있는 대사로 전달한다.

대전오페라단의 '사랑의 묘약'은 19세기 시골마을을 1920년 미국 보드빌(Vaudeville) 극장으로 옮겼다. 본디 프랑스에서 기원한 코믹한 보드빌 장르가 미국으로 건너갔을 때는 온갖 다양한 인물과 볼거리가 등장하는 오락물로 인기를 끌었다. 대전예당 극장 속의 극장, 무대 위의 무대를 중심으로 배경이 펼쳐진 모습은 흡사 오래된 고전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고, 이는 곧 마지막 장면에서 실제 영상으로 연결되는 효과를 자연스럽게 연출했다. 무대의 앞면, 뒷면, 측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기법과 반짝이는 의상을 입고 춤과 연기를 시도한 후반부는 화려한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사랑의 묘약'에서 주인공들은 각자 개성이 뚜렷하다. 단순히 노래만 잘 하는 것이 아닌 그 역할에 최적화된 모습을 연출해야 코믹 오페라 특성이 살아난다. 그런 면에서 네모리노 역의 서필, 아디나 역의 구은경, 둘까마라 역의 이세영, 벨꼬레 역의 조병주는 이상적인 음색과 자연스런 연기로 큰 호응을 받았다. 한편 음악적으로 성실하고 안정적인 실력을 보여준 김정규와 이두영, 풍부한 성량을 지닌 이성원과 유려함이 살아있던 조용미도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무대가 멀어 때로 몰입이 힘들기도 했으나 무대를 꽉 채운 합창단원들의 소리가 공간적 거리를 좁히는 역할을 해냈다. 단지 오케스트라와 성악의 음악적 균형감과 성악 앙상블 간의 정확한 일치감은 더 기대해본다.

이번 대전오페라단의 '사랑의 묘약'은 신선한 해석과 다양한 볼거리로 오페라도 뮤지컬 못지않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오락물이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주었다. 더욱이 그 주제가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유의미한 진실을 알려주고 있다. 오지희(음악평론가, 백석문화대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5.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1.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