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조국 사퇴가 사태수습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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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조국 사퇴가 사태수습의 지름길이다

서준원 정치학 박사

  • 승인 2019-09-30 08:08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서준원사진(2)
서준원 박사
5공화국 때는 민주정의당이 있었다. '정의'를 내세워 권력획득의 정통성 결여를 보완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정권의 끝은 불행했다.

문재인 정권도 '정의'의 가치와 덕목을 권력유지와 확산의 한 방편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대표적인 일례가 조국 장관을 둘러싼 살아있는 권력과 검찰과의 불협화음이다. 조국 사퇴 여부가 제도권 밖에서 펼쳐지는 진영 간의 맞대결 못지않게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

정치는 다양한 가치의 깃발을 들고 유권자를 유혹하는 고도의 기술이다.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 국민의 삶을 바꾸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 취임 시에 나온 문 대통령의 확신엔 찬 일성이었다. 우리는 문 대통령의 그런 비장한 각오의 일그러짐을 조국 사태에서 보고 있는 중이다. 말은 그럴듯했지만, 행동은 딴판인지라 실망이 크다. 법무부 장관의 부인이 기소된 자체가 해외토픽감이고 대형 스캔들이다. 국가의 위신과 체면이 훼손되는 부끄럽고 기막힌 사건이다.

조국 사퇴를 촉구하는 세력과 이에 맞서는 정권 지지자들의 인터넷 논쟁도 이성을 상실한 수준에 와 있다. 날로 거세지는 이념적 대립과 극심한 감정대립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안하고 두려운 하루하루다. 임기 내내 적폐청산만 할 것인가. 여당은 한술 더 떠 검찰의 조국 장관 수사가 너무 길어진다고 아우성이다.



법적·도덕적 하자가 있는 인물이 국가의 중책을 맡으면 사회적 질서가 훼손된다. 그래서 최고 공직자는 말과 행동이 반듯해야 한다. 그래야 조직을 움직이는 영이 선다. 조국 장관이 쏟아낸 말과 글의 모순과 아이러니를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민망하다. 조국 장관만이 검찰개혁을 해낼 수 있다는 편향적 확신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아리송하다.

공동체 정의의 덕목과 법을 지켜내야 하는 법무부 장관은 남보다 모범적이고 정직과 양심의 가치를 실천해야 한다. 청문회에서 실토한 사회주의자 언급도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장관 가족 구성원이 범죄 의혹에 연루되었으면, 특히 여느 장관과 달리 법무부 장관이라면 스스로 하차해야 마땅하다. 임명권자의 조치를 기대하거나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다. 이럴 땐, 정의는 차치하더라도 법보다 도덕과 양심이 우선이다.

작금의 상황에서 조국 장관이 버티기로 일관하면 법무부 직원들도 불편하고, 정의 운운한다고 검찰개혁이 제대로 될까. 이런 불편한 상황을 지켜보는 국민마저 참아내기 힘들고 종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중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국민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이젠 국민이 나라를 걱정해야만 하는 나라 즉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기이한 나라가 되었다.

정치인과 공직자의 결단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이완구 전 총리에게 총리직을 내려놓고 검찰 조사에 응하라고 압박했던 당사자가 조국 교수였다. 조국 장관이 진정으로 학자적 양심과 소신 있는 인물이라면 정치인 못지않게 결단을 내려야 마땅하다.

조국 장관 사퇴 요구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교수와 대학생 및 의사들마저 동참하면서 범국민적으로 확산일로에 접어들고 있다. 문 정권은 언제까지 조국을 감싼 채 버티기로 일관할 것인가. 청와대와 여당은 야당과 성난 민심을 향해 소통과 설득의 창을 활짝 열어야 한다. 지금처럼 어설픈 논리와 억지 제스처로 쌓아진 담이 얼마나 버틸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맹신적 지지자들 이외엔 젊은층은 물론 국민 대다수가 등을 돌리는 중이다.

여당과 청와대는 밀리면 끝장이라는 위기감을 가진 것 같다. 아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반면교사를 떠올리겠지만, 문 정권은 왜 그렇게 자신이 없을까. 조국 장관은 단호하게 사퇴하여 법정에서 진실을 가려야 한다. 어쨌든 지금은 조국 장관의 사퇴만이 사태수습의 지름길이다. 타이밍을 놓치면 더 큰 저항의 화근이 될 것이다.
서준원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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