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어플리케이션으로 따져보니 KTX를 타고 서울역이나 용산역에 내려서 이동하기보단 대전 청사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이 걸리는 시간은 비슷한데 훨씬 경제적이었다. 평소처럼 버스 예매 어플리케이션을 검색해 서울 경부로 가는 표를 예매했다. 그게 화근이었다.
비록 본가에 갈 때와는 전혀 다른 앱에서 예매했지만 당연히 늘 가던 서쪽 시외버스 둔산 정류장으로 갔다. 똑같이 '대전 청사'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예매했기 때문이다. 2년 간 살면서 대전 청사 양 옆에 버스 정류장이 두 군데나 있는지 전혀 알 기회가 없었던 나는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정류장에 앉아 하염없이 기다리던 와중에 버스 도착 시간이 다가올 때쯤 갑자기 간담이 서늘해졌다. 직원에게 다가가 물어보니 샘머리 아파트 앞 그러니까 동쪽의 정류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걸어가기엔 멀다는 설명에 부랴부랴 택시를 잡았지만 이미 버스는 지나간 후였다. 다음 차량도 만석인 탓에 결국 두 시간 가량이나 약속에 늦었다.
분명 내가 부주의했던 점도 있지만 누구에게나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버스 표를 예매할 때 대부분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다. 타 지역 사람들은 어쨌든 출발지가 같은 이름으로 표기 돼 있다면 별다른 고민 없이 같은 곳이라고 여기기 마련이다. 현재 앱을 운영하는 주체가 다르다는 등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의견을 조율하기 어려울 수는 있다. 그러나 시에서는 이러한 시민들의 불편함을 인지하고 버스 회사 등을 중재해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시외버스 둔산 정류소와과 둔산 고속버스 정류장이라는 명칭을 누구나 다른 곳이라고 쉽게 인지할 수 있게 바꿀 수 있으면 좋겠다. 아니면 적어도 버스 예매 앱에서 출발지 이름은 구분할 수 있었으면 한다. 덧붙여 고속버스는 서울 경부, 전주, 광주, 파주만 가고 나머지 시외버스는 동서울, 인천 등을 간다고 충분히 안내할 수만 있다면 크게 문제될 부분은 없다고 본다.
주변 대다수 사람들은 대전을 교통이 편리한 도시라고 알고 있다. 이러한 긍정적인 도시 이미지가 혹시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대전을 찾고 떠나는 길에서 한순간에 무너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한 끗 차이가 불러온 변화가 때로는 생각보다 크다. 전유진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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