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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지음│박상순 옮김│민음사
이상의 시는 해석하기 어렵기로 유명하다. 한국 문학사에서 모더니즘, 다다, 초현실주의를 시도한 최초의 아방가르드 시인답게, 그의 작품들은 약 100년이 지난 지금도 현대적인 감각을 자랑한다. 국문학과 논문 주제 1순위로 연구와 토론이 꾸준히 이어진다는 건 그 감각이 여전히 새롭다는 의미로 볼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 웬만한 독자로서는 접근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가로막는 장벽이기도 할 것이다.
시각적인 실험시의 계보를 잇는 박상순 시인이 이상의 한글 시 전편을 꼼꼼하게 해설하고 시 세계에 대한 설명을 곁들인 전집 『나는 장난감 신부와 결혼한다』를 펴냈다. 이상의 시 중 국문으로 쓴 50편만을 실었다. 그동안 산문으로 보았던 '산책의 가을', '실낙원', '최저낙원' 세 편을 시의 영역으로 위상을 조정했다.
처음으로 발표한 한글 시 세 편 가운데 하나인 '1933. 6. 1'에서 이상은 "무게를 재는 천칭 위의 과학자, 뻔뻔히 살아온 사람에서 벗어나 마침내 자신을 드러내겠다"는 다짐을 한다. 1933년은 이상이 총독부를 사직하고 본격적으로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한 해다. "이상의 시는 객체화든 객관화든 타자화든 간에 근대적 주체의 인식과 파기이다. 1933년 이날의 다짐은 그동안 일본어로 써서 발표한 시와의 이별일 수 있다." 그래서 박상순 시인은 이 시전집에 일본어 시를 제외했다.
이상은 집안 형편을 고려해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현재 서울대학교 건축과)에 진학해 수석으로 졸업했으나, 어릴 적부터 화가를 꿈꿨기 때문에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하여 입선하기도 했다. 시인으로서는 '구인회'의 일원으로 활동했는데, 1934년 연작시 「오감도」를 신문에 연재했으나 독자들의 항의로 중단했다. 또 박태원의 신문 연재소설에 삽화를 그렸고, 친구였던 화가 구본웅의 출판사에서 잠시 편집자로 일하면서 김기림 시집 『기상도』 등을 편집하고 표지디자인도 했다. 자신의 단편소설 「날개」에 삽화도 직접 그렸다. 박상순 시인도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수백 권의 책을 편집하고 디자인했다. 즉 화가로서, 북디자이너와 편집자로서, 그리고 실험시를 쓰는 시인으로서 거의 동일한 경험을 공유한다. 이상을 이해하고 그의 시를 독자들에게 해석해주는데 박 시인이 적격인 이유다. 당시 이상이 접했던 모더니즘 사조들을 바탕으로 한 해석은, 미술가로서 이상이 구현한 독창적인 문학의 이미지를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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