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공기의 무게와 나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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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공기의 무게와 나의 무게

구자용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 승인 2019-09-26 11:23
  • 신문게재 2019-09-27 22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KRISS 구자용 책임연구원(2)
구자용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옛날부터 공기는 특별한 존재로 생각됐다. 분명히 존재하는데 보이지도 않고 잡히지도 않고 무게도 없는 것 같으며 공기가 없으면 동물들은 당장 숨이 막혀 죽는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에서 공기는 물, 불, 흙과 함께 세상 만물을 이루는 4원소로 여겨졌다. 이렇게 수천 년 내려온 믿음이 깨진 것은 근대 유럽의 정밀한 측정들을 통해서였다.

수소는 이미 16세기 초에 연금술사들이 금속을 산에 녹이는 과정에서 추출했고 18세기 후반에는 수소가 공기 중에서 타면 물이 된다는 것과 고온에서 물이 분해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따라서 순수한 원소라고 믿어졌던 공기와 물은 원소의 자격을 박탈당했고 물을 만드는 이 기체는 수소(水素)라는 이름의 원소가 됐다. 18세기 후반에 추출된 산소는 실험을 통해서 다른 물질의 연소를 돕고 동물의 호흡에 필수적이라는 것이 알려졌다. 이 기체 속에서 연소한 많은 생성물이 물에 녹을 때 신맛을 내는 산의 성질을 가지므로 이 기체는 산소(酸素)라는 이름의 원소가 됐다. 또 공기는 산소가 20%의 부피만 차지하고 다른 기체가 80%의 부피를 차지한다는 것이 알려졌고 이 과정에서 질소가 발견됐다. 이어서 수소, 산소, 질소 등의 화학적 성질과 무게까지 정밀하게 측정됐다. 근대 유럽의 정밀한 측정과 체계적인 분석으로 옛날의 막연한 느낌과 믿음을 벗어나서 과학은 탄탄하게 발전했다.

막연한 느낌과 실제의 측정 사이에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는지 예를 하나 들어보자. 내가 일하고 있는 사무실을 채우고 있는 공기의 무게는 어느 정도일까? 0.5㎏? 1㎏? 아무리 크게 잡아도 설마 5㎏까지는 안 되겠지? 내 사무실의 크기를 재어보니 폭, 길이, 높이가 각각 3.6m, 4.5m, 3.0m로 부피는 48.6㎡였다. 계산을 쉽게 하도록 부피를 3%쯤 더 늘려 50㎥라고 하자. 이것을 우리의 일상생활에 익숙한 리터(ℓ)로 바꾸면 사무실의 부피는 50000ℓ가 된다.

산소 원자(O) 두 개가 결합한 산소 분자(O2)는 수소 원자(H)보다 32배 무겁다. 19세기 후반에 1기압과 0℃에서 32g이 되는 산소 기체의 부피를 측정해보니 22.4 ℓ가 됐다. 그래서 이 양을 원소의 무게 기준으로 삼고 1몰(mol)이라고 정했다. 산소 기체 22.4ℓ의 무게가 32g이므로 같은 부피의 질소 기체는 28g이다. 공기는 대부분 질소와 산소로 돼 있으므로 계산을 쉽게 하도록 공기 22.4ℓ의 무게를 대략 30g이라고 하자. 내 사무실의 부피인 50000ℓ는 22.4ℓ의 2230배가 되고 그러면 사무실 안의 공기의 무게도 30g의 2230배인 67㎏이 된다. 잠깐! 작은 내 사무실을 채우고 있는 공기의 무게가 내 몸무게만큼 된다고?

공기가 이렇게 무겁다면 공기의 부력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의 내 몸무게를 알려면 몸의 부피를 알아야 한다. 사람이 사지를 펴고 물에 가만히 누우면 뜨는데 얼굴의 일부만 빼고는 거의 모두 잠긴다. 따라서 사람의 평균 밀도는 1에 가깝다. 즉 체중 70㎏인 사람의 부피는 같은 무게의 물의 부피인 70ℓ와 거의 같고 공기에 의해 받는 부력은 70ℓ 부피의 공기의 무게와 같은 94g이 된다. 따라서 이 사람의 실제 체중은 저울로 측정한 70㎏에 공기의 부력에 의한 94g을 더해 70.1㎏이 된다.

내가 옳다고 믿는 것들 중에도 알고 보면 잘못된 것들이 많다. 옛날과 달리 자신의 주장을 펼칠 때 팩트를 제시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제 우리나라가 좀 더 과학적이 되었는가?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려면 막연한 느낌이나 믿음이 아니라 관련된 측정값이나 팩트들을 먼저 알아봐야겠다. 구자용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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