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한국 영화 100년을 기억하며(5)

  • 문화
  • 영화/비디오

[김선생의 시네레터] 한국 영화 100년을 기억하며(5)

- 삼포 가는 길(1975)

  • 승인 2019-09-26 17:29
  • 신문게재 2019-09-27 11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삼포가는 길 스틸
삼포가는 길 스틸 컷
한국 영화는 1970년대를 우울하게 통과했습니다. 1972년 유신 체제가 시작되면서 영화법이 개정되고, 영화 제작사는 통폐합되었습니다. 더불어 검열이 강화되고, 체제 강화를 위한 반공영화, 새마을영화 등이 많이 만들어졌습니다. 영화사들이 외화 수입 쿼터를 확보하기 위해 만든 이른바 우수영화, 문예영화 등은 제작만 하고 상영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청바지와 통기타 문화 속에 등장한 하길종, 이장호, 김호선, 이원세 등 ≪영상시대≫ 감독들이 엄혹한 시대에 저항했지만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영화 <삼포 가는 길>은 황석영의 소설을 원작으로 합니다. 영화제작자들은 엄격한 검열을 통과해야 했기에 창작 시나리오보다는 이미 발표된 문학작품을 각색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전후 시작된 근대화는 60년대를 거쳐 70년대에 이르러 더욱 본격화되었습니다. 근대화는 경제 개발과 소득 향상을 이끌었지만 부작용과 모순도 드러냈습니다. 한국의 근대화는 한 마디로 공장과 시장의 발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연히 도시화가 진행됐습니다. 정부는 장기간 저곡가 정책을 유지함으로써 농촌 인구를 도시로 유입시켰습니다. 그들은 도시에서 임금 노동자이자 소비자가 되었습니다.

이촌향도(移村向都). 많은 이들이 고향을 떠났습니다. <삼포 가는 길>은 바로 근대화 속에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냈습니다. 한국인들은 근현대사를 거치면서 크게 세 번의 실향을 경험합니다.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그리고 근대화에 의한 이촌향도가 그것입니다. 실향은 단지 살던 곳을 떠난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돌아갈 곳을 잃어버린 것이기 때문입니다. 떠나온 지 10여 년 객지의 서러움과 고통을 떨치고 귀향하려는 이들이 맞닥뜨린 현실은 그리던 고향이 이미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개발 바람에 팔리고, 깎이고, 부서져 옛 흔적이 사라져 버린 '새마을'이 된 것입니다.

영화는 막노동꾼 영달, 출옥 후 공사장을 전전하는 정씨, 도망친 술집 작부 백화가 눈보라를 뚫고 밤길을 걸어 강천역에 이르는 과정을 그려냅니다. 일종의 로드무비입니다. 객짓밥 먹는 데 이골이 난 떠돌이들의 인생사가 설원 위로 펼쳐지며 관객들도 그들의 처지가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공감합니다. 근대화의 어두운 그늘을 봅니다. 이 작품은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 <휴일>(1968) 등을 연출한 이만희 감독의 유작이기도 합니다.



김선생의 시네레터
-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사설] '폭행 사건' 계기 교정시설 전반 살펴야
  4. 금산 무예인들, '2024 인삼의 날' 태권도와 함께 세계로!
  5. 학하초 확장이전 설계마치고 착공 왜 못하나… 대전시-교육청-시행자 간 이견
  1. 화제의 대전 한국사 만점 택시… "역경에 굴하지 말고 도전했으면"
  2.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3. 대전용산초 교사 사망사건 가해 학부모 검찰 기소… 유족 "죄 물을 수 있어 다행"
  4. [국감자료] 교원·교육직 공무원 성비위 징계 잇달아… 충남교육청 징계건수 전국 3위
  5. [사설] CCU 사업, 보령·서산이 견인할 수 있다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