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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세 끼의 극약과 세 알의 독약으로 연명하는 거미
극(極)과 독(毒)으로 내공을 쌓는
독거미
허공의 대갈통을 끌어안는
거미
거미가 다 된
거미
혼잣말을 하는
거미
거미는 허공에 대고 대화를 시작한다 허공에 대고
인사를 한다 그리고
없는 문을
닫는다
내가 좋아하는 시인 김언희. 김언희는 에둘러 가는 법이 없다. 그의 시는 강열하고 직설적이다. 피투성이 무릎으로 기어 가면서 해야 할 말을 한다. 시인은 환상을 허용하지 않는다. 지독한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피하는 건 비겁한 행위. 그의 시는 얍삽하고 비굴한 인간에 대한 피 토하는 언설이 난무한다. "시란 이런 거야, 문학이 뭔지 너희들이 알아? 이 바보들아!"라고 외치는 것 같다.
'하루 세 끼의 극약과 세 알의 독약으로 연명하는 거미'. 나는 거미다. 태풍에 휘청이는 거미줄에 의지해 하루를 버티는 거미다. 독을 먹고 독을 품고 서퍼런 독을 토해내는 독거미가 된다. 이것이 내공일까. 나의 말은 허공에 메아리치고 내 입술은 피로 물든다. 컴컴한 독방에서 '혼잣말을 하는 거미'. 나는 '문을 닫는다'.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지는 거미 한 마리.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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