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생각이나 일에 대해서 깊이 파고들거나 빠지는 것을 '몰입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떤 한 가지 일에 모든 힘을 쏟아 붓는 것을 '집중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깊이 파고들고 빠지는 것'과 '모든 힘을 쏟아 부어 몰두하는 것'에 대한 정확한 차이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집중과 몰입에 대한 정확한 사전적 의미를 모른다고 하더라도 어떤 생각이나 일에 집중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그 생각이나 일에 몰입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어떤 생각이나 일에 집중한다는 것은 생각을 정리하고 일을 처리하기 위해 모든 힘을 쏟는 것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사고와 일 처리 과정에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집중하는 것'과 집중하기 위해 필요한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 '집중력'은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 해야만 하는 일을 성공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공부를 하거나 연구와 연구결과를 산출하기 위해 연구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 그 과정에서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다른 일로 인해 집중하지 못하면 성과를 내거나 마무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경험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또 어떤 일을 할 때도 그 일에 대해 집중하지 못한다면 그 일을 마무리하기도 쉽지 않고, 경우에 따라서는 예상하지 못한 안전사고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는 집중해서 일을 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까지 생각이나 일에 집중해야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때로는 집중하는 것 자체가 되지 않거나 아무리 집중을 해도 일을 처리할 수 없는 경우도 생기니 말입니다.
그러나 어떤 생각이나 일에 집중하다보면,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나 공간이 생기지 않고 그것에 몰입되는 경우를 왕왕 경험하게 됩니다. 다시 말하면 집중의 단계를 지나 몰입의 단계를 경험하게 되면, 그 생각이나 일 이외에는 다른 것을 생각할 수도 없고 보이지도 않게 되니 말입니다. 어떤 일에 몰입하는 것은 우선 깊이 생각하고 빠져드는 나름의 긍정적인 과정이라고 할 수 있지만, 어떤 것에 몰입하는 과정에서는 다른 여타의 것은 이미 고려의 대상에서 제외되고 오직 그것 한가지에만 빠져들게 되면 다소는 경직되고 일방적인 사고를 하는 경향이 나타나게 되고, 이것은 사고나 일 처리의 유연성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흐르게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일에 몰입하는 과정은 최대의 집중을 통해 다른 것으로부터 방해 받지 않는 사고를 통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은 물론이지만, 이것으로 해서 유연성과 또 다른 가능성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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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정치인, 학자, 언론인 등등과 같이 소위 우리 사회의 여론을 형성하거나 주도할 수 있는 '오피니언 리더'라고 하는 분들을 살펴보면, 종종 어떤 일이나 사안, 현상 등에 대하여 자신의 확고한 주장과 관점을 가지고 그것에 '집중'하고 '몰입'하는 단계를 지나서 스스로의 논리와 주장에 '함몰'되거나 '매몰'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물론 어떤 사안이나 현상 주장에 대하여 자신만의 입장과 관점, 그리고 주장과 논리를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런 관점이나 주장, 논리에는 사고의 유연성과 융통성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인간이 느끼는 감정과 이성에 따른 생각이나 판단은 겉으로 드러나고 나타나는 결과가 같다고 하더라도 그 내면의 이유와 원인과 판단의 근거 등은 각자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안에 동의나 반대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의견을 갖고 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고, 동의나 반대의 이유와 원인, 그리고 판단의 근거는 모두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어떤 사안을 이해하고 현상의 분석에 '집중'하는 것은 그에 대한 해결이나 대안의 마련을 위해서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결과의 도출 또는 해결을 위해서 그것에 '함몰'되거나 '매몰'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이것은 '몰입'하는 단계에서 나타나는 부정적인 영향이 '함몰'이나 '매몰'의 단계를 거치게 되면, '몰입'함으로 인해서 다른 것을 보지 못하고 고려하지 못하는 단계를 지나서, 그 사안에 스스로 '함몰' 또는 '매몰'되게 되면 스스로를 가두게 되고 다른 사고나 현상을 볼 수 없도록 막아버리거나 봉쇄해서 더 이상의 유연성이나 융통성이 나타날 가능성조차도 막아버리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안은 인간의 사고나 사회의 진화와 발전은 고정되거나 몰입된 사고가 아닌 개인적 또는 사회적인 유연성과 융통성으로부터 넓고 다양한 인지와 사고로부터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유연한 사고와 폭넓은 융통성의 발휘는 개인과 조직, 그리고 사회의 다양한 시각의 폭을 넓혀 줄 수 있으며, 이를 토대로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입니다. 스스로의 논리와 주장에 '함몰'되거나 '매몰'되어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무시하고 다른 선택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은 '오만한 독선'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이 '오만한 독선'은 그 독선에 맞서지 못할 경우 당장은 수용되는 것 같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만한 독선'을 바라보는 시선의 내면에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저항감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요즘 우리 사회의 곳곳에 스스로에게 '함몰'되거나 '매몰'되어 '오만한 독선'의 그림자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모두에게 사고의 유연성과 융통성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주말 그 동안 살아오면서 스스로에게 '함몰'이나 '매몰'되어 '독선'으로 나타난 것은 없는 지 돌아보려고 합니다.
행복한 주말되시길 기원합니다.
대전대학교 대학원장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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