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烏竹)
-박영옥
오죽하면
오죽이겠니
가슴 깊이 묻은 아픈 일들
밖으로 배어나와 까맣게 타도록
한 고비씩 넘을 때마다
생긴 매듭
단단히 동여 매 놓고
간도 쓸개도 다 빼 주고 사느라
텅 빈 가슴
허허롭고 시려웠지
서슬 퍼런 청 대나무들
깃발 높이 펄럭거리며
너도 대나무냐 내려다 볼 때
빛나는 푸른 잎
생생하게 밀어 올리며
말해 주리라
푸른 대나무 푸른 잎이 무슨 자랑이냐
까만데서 푸른 잎
낼 수 있는 건
오직
오죽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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