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노미술관장으로 취임한 지 5개월. 류철하 관장은 대중화, 세계화를 위한 학예 연구 기능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진=이성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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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5개월의 반환점을 돈 류철하 관장은 지역사회에서 이응노미술관에 거는 기대와 바람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일까, 명확하고 심도 있는 계획을 마음속에 품은 듯 하다.
류 관장은 "취임 이후 워밍업이 필요했다. 내부 역량은 충분히 파악했고, 이제 본격적으로 전진하는 일만 남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편집자 주>
-지난 4월 취임 후 어떤 시간을 보냈나.
▲이응노미술관의 체계를 점검하고 준비하는 시간이었다. 학예실 내부를 점검해 새로운 인력을 뽑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했다. 파리에도 두 번 다녀왔다. 첫 번째는 박인경 여사께 인사도 드리고 저작권 문제를 위해 다녀왔고, 두 번째는 지난 8월 레지던시 협의를 위해 비행기를 탔다. 전반적으로 미술 운영 과정에 대해 숙지하고 역량을 살펴보며 바쁜 시간을 보냈다.
오래전부터 이응노미술관에 오면 밝고 명랑한 느낌을 받았다. 고암은 현대사 속에서 비극적인 사건을 견뎌낸 인물인데, 그의 미술관은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느낌을 준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앞으로 미술관을 이끌어감에 있어 밝고 명랑한 이미지를 구체화할 수 있는 방법론에 대해 고민해야겠다고 느꼈다. 또 이응노 예술도시라는 대전시의 테마에 발맞추고, 미술관이 가진 장기적인 플랜을 잘 실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이응노미술관은 청년작가와 관련된 전시가 많다.
▲고암 선생은 상당히 낙천적인 분이셨다.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작품을 했다. 고암 선생은 "화가는 쓰레기통에서도 예술적 재료를 발견해서 소재나 내용,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작품을 해야 한다"라는 말씀을 남기셨다. 이런 고암의 예술정신을 생각한다면 대전의 환경은 결코 나쁘지 않다. 고암의 불굴의 정신이 청년작가들의 현재 상황과 통하는 부분이 있다.
미술관에는 다양한 공간이 있고, 제도적인 공간을 뚫고 전시를 하는 시도는 자체적으로 의미가 있다. 수장고였던 M2를 전시실로 바꿔 청년작가에게 기회를 제공한 '아트랩 대전'은 바로 그런 시도다.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첫 시작을 내디딜 수 있게 청년작가들을 격려하고 지원할 계획이다.
-고암을 대전의 대표 브랜드화하기 위한 작업이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대전시가 고암예술도시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자문회의를 통해 고암의 예술을 성급하게 쓰지 말고 장기적으로 시민과 고암 선생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풀자는 것에 공감했다. 브랜드화할 대상은 누구인지, 내용은 무엇인지가 선행돼야 한다. 예술도시가 되려면 고암에 대한 연구가 같이 이뤄져야 한다. 연구를 바탕으로 사업과 프로젝트를 만들고, 시민에게 쉽게 전달하며 교감을 쌓아야 한다.
미술관은 시민이 감동할 수 있는 전시와 전문가와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깊이 있는 전시, 투트랙으로 미술관을 알려가야 한다. 대중화가 곧 브랜드화 아니겠는가. 다만 조형물 설치 등 구체적인 작업은 속도 조절을 요청했다. 유럽의 경우 환경조각 하나를 세우기 위해서도 최소 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대중화를 하되, 고암 예술을 어떻게 쓸 것 인가에 대한 신중한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다.
고암 이응노는 죽사라는 호가 있을 만큼 대나무를 화폭에 자주 옮겼다. 사진=이성희 기자 |
▲이응노미술관이 세계적 작가 미술관으로 지역민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연구를 통한 전시를 했을 때다.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야만 우리 미술사에서 고암을 부각 시킬 수 있다. 연구기능에 대해 여러 곳에서 이야기가 있었다. 외부에서도, 용역에서도 연구 기능 강화에 꾸준히 제시됐다. 유족도 연구 기능을 강화해서 학술기능을 통해 세계적인 작가로 국제적으로 위상을 높이자는 것이 주된 의견이다. 다른 미술관이 하지 못하는 학예기능을 충실히 하다면, 대전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학예연구센터, 장기적으로는 연구소가 자체가 될 수 있도록 연구팀으로 출발하고자 한다.
-제6기 레지던시 작가들이 8월부터 파리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지속 운영에 대한 우려가 높다. 현재 상황은.
▲작가들과 8월 오픈식에 함께 갔다. 공간의 부족함을 미리 점검했다. 대전지역 출신 작가들이 세계무대에 진출하도록 돕는 파리이응노레지던시는 앞으로도 이어진다.
작가들은 3개월 동안 어떤 작품을 할 것인지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올해는 일정을 앞당겨서 9월 21일 그 지역 문화의 날에 맞춰 전시한다. 파리 이응노 레지던시 기능을 지역민과 작가들에게 알리기 위한 목적이다. 작가들도 갤러리와 전시기획자들을 만나 열심히 활동 중이다.
-하반기 전시 계획은?
▲'산수_억압된 자연'을 테마로 전시를 기획 중이다. 현재 진행 중인 감각의 교감 전시가 시민들에게 대중적으로 다가갔다면, 하반기 전시는 학술적으로 깊어진 이응노미술관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전시는 세계 미술사에서 고암의 위치와 내용, 서구 미술사에서 고암이 존재했던 이유를 찾기 위함이다. 고암을 중심으로 한중 작가들의 전시로 이뤄진다. 미술은 시대와 사조에 영향을 받는다. 중국의 시대와 사조를 이어받아서 우리만의 양식을 새롭게 만들어졌다. 고암은 중국과 한국의 사조 속에서 새로운 본인만의 양식을 통해서 한계를 넘으려 했던 작가다. 1985년 그려진 10폭 병풍의 '군상'도 이 전시를 통해 첫 공개된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가장 좋아한다.
-임기 내 꼭 이루고 싶은 과제가 있다면.
▲학예실이 자율과 책임, 의지를 갖고 좋은 전시 기획과 연구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대부분의 큐레이터가 꿈을 갖고 미술관에 오지만, 결국은 행정노동자가 된다. 미술관의 문화가 적어도 이응노미술관만큼은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미술관이 되도록 지원하고 싶다.
-류 관장님께 고암 이응노 선생은 어떤 분이신가.
▲어떻게 이런 다양한 작품을 다양한 방법으로 해내셨을까, 창작 동기는 어디서 나올까 늘 궁금했다. 한 작가의 작품 세계가 쉽게 바뀌지 않는데, 고암 선생은 작품의 진폭이 매우 다양하다. 취임 후 세밀하게 작품을 들여다보니 더욱 놀라웠다. 고암은 매순간 모든 것에 쉬지 않고 작업했던 열정적인 작가였다. 그랬기 때문에 남아 있는 작품의 양, 주제, 형식 모든 것이 총체적으로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다. 고암의 미술에서 개인적으로 발견한 것은 '평화'다. 사람 사이에서 고통을 받고 그 속에서 살아가야 하지만, 우리 민족의 소망을 통해서든, 개인의 자유를 통해서든 그가 품었던 것은 평화였다. 대전형무소에 수감 당시 300여 작품을 만들어 냈는데, 이는 예술정신을 통한 자유를 향한 갈망이다. 이 작품이 대전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대전시민들 또한 자부심을 가질만하다.
대담=고미선 교육문화부장·정리=이해미 기자·사진=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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