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곤 하지만 사람은 본디 십인십색(十人十色)이다. 따라서 그들이 표출하는 의견 역시 백가쟁명(百家爭鳴) 내지 중구난방(衆口難防)의 프레임이란 거미줄에 포획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때문에 자칫 말다툼의 경지를 넘어 상반되는 의견과 격돌로 말미암아 남보다 못한 '원수'가 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원수(怨讐)란 원한이 맺힐 정도로 자기에게 해를 끼친 사람이나 집단인 까닭에 가족과 그런 관계를 맺어선 안 된다.
한데 올 추석엔 그런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웅크리고 있었다. 예컨대 국민의 정서완 사뭇 반하는 조국이라는 실로 가증스런 자를 법무부장관에 임명하고도 대국민 추석인사를 마치 언어도단(言語道斷) 식으로 한 문재인 대통령이 바로 그런 케이스다.
9월 12일자 조선일보 사설에 ["몰랐다" "화났다" 참으로 역겨운 철면피 행태들]이라는 글이 올랐다. = "문재인 대통령은 추석 인사에서 "활력 있는 경제" "공정한 사회"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겠다고 했다. 명절에 덕담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문 대통령 입장이라면 먼저 국민에게 어려운 경제 상황과 불안한 안보, 반칙과 특혜의 상징인 조국을 법무장관에 임명한 데 대해 최소한의 유감 표명이라도 하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그런데 단 한마디 송구하다는 말조차 없이 '공정한 사회'를 언급하는 것을 보니 진심은 하나도 담기지 않은 연극 대사를 듣는 것 같다.(중략)
조국 장관도 법무부 고위 간부들이 대검찰청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제외한 특별수사팀을 구성하자고 제안한 것과 관련해 "몰랐다"면서 "민감한 시기에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중략)
그런데 같은 날 조 장관이 서울대에 40일간 복직해 1000만 원 가까운 돈을 챙기고 또 휴직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서울대 교수 자리를 '보험'처럼 갖고 있겠다는 것이다. 철면피란 이런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가면 쓰고 벌이는 쇼들이 역겨울 뿐이다." =
이 뉴스를 보면서 필자는 문득 문재인 대통령이나 조국 씨도 마찬가지로 '썩은 양파'라는 느낌이 들어 몹시 불쾌했다. 다 아는 상식이겠지만 양파는 썩으면 먹을 수 없다. 썩은 양파는 감자와 마찬가지로 안(內)이 썩었어도 겉은 멀쩡하다.
때문에 반드시 칼로 썰어서 내부를 살펴야 한다. 이쯤에서 법무부장관보다 한 수 위인 '국무총리'로 내정되었으나, 당시 야당의 반발로 낙마한 김태호(전 국회의원, 전 경남지사) 전 총리 후보자의 경우를 호출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김태호(金台鎬) 씨는 2004년~2010년까지 제32~33대 경남도지사를 지냈다. 2010년 8월 8일 국무총리로 내정되었으나 국회 고위공직 내정자 인사 청문회에서 각종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그러다가 결국 내정된 지 3주 만인 8월 29일에 국무총리 후보직을 자진사퇴하였다. 그 즈음에 보도되었던 CBS 노컷뉴스를 다시 한 번 들추어 본다.
= "[김태호 '썩은 양파론'에 "까도까도 나올거 없다"] -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양파 총리' 논란과 관련해 "까도까도 나올 게 없다"고 항변했다.
김 총리 후보자는 25일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가 국민이 원하는 도덕적 기준에 맞다고 보냐"는 한나라당 이범래 의원의 질의에 "어떤 분은 양파같다고 하지만 저는 까도까도 나올 게 없다"며 "근본적으로는 잘 지키려 노력해왔다고 자부한다"고 밝혔다.(중략)
이에 민주당 박영선 의원 등은 "김태호 후보자는 썩은 양파껍질을 벗기는 느낌"이라고 날을 세웠다.= 지나고 보니 김태호 씨는 조국 씨에 비하면 그나마 양심이라도 지녔던 사람이지 싶다.
한편 국회의원 시절 '재벌 저격수'로도 회자되었던 박영선 씨는 현재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더욱 날개를 달았다. 장관직을 그만 둬도 서울대 교수로 되돌아갈 '꼼수'까지 부린 조국 씨와 마찬가지로, 박영선 씨 또한 장관직에서 하차해도 국회의원 신분 유지엔 변함이 없다.
국민들이 그렇게나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장관직에 오른 조국 씨를 보자면 '과연 썩은 양파는 언제까지 통용되어야 하는가?' 라는 화두엔 강력한 의문이 추호도 의식의 전환점(轉換點)을 요구하지 않는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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