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일반인 또한 마찬가지이다. 일반 시민들이 전문가들의 전문지식을 존중하지 않고 상식선으로만 사물을 접근하려는 태도가 만연해지는 순간, 거기에 성숙은 존재할 수 없다. 즉, 전문가와 일반인이 모두 각자의 영역을 존중할 때 사회는 진보한다.
여기서 잊지 말 것이 있다. 전문가와 일반인은 결코 분리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일반인 따로 있고, 전문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한쪽 영역에서의 전문가도 그 영역을 벗어나면 일반인일 뿐이고, 일반인도 자신의 전문 영역에 들어서면 어엿한 전문가다. 전문가와 일반인 각각의 생각과 판단을 존중할 필요가 여기서 나온다.
작금의 우리 사회로 눈을 돌려보자. 전문가가 사라졌다. 전문가의 의견을 일반인들은 더 이상 경청하려 하지 않고, 신뢰하지도 않는다. 이는 더 이상 전문가를 전문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일반인들의 생각이 표출된 결과다. 왜일까? 믿을 수 없기에, 곡학아세하기에, 이해관계를 갖고 전문지식을 설파한다고 느끼기기에, 더 이상 전문가의 판단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 원인 제공은 1차적으로 전문가들에게 있다. 깊이 있고 내공을 갖춘 지식 없이 전문가 행세를 하기에, 논리에 의한 결론 도출이 아닌 결론을 내려놓고 단지 그 결론을 합리화하기 위해 논리를 세웠기에, 진영 논리로 접근하였기에, 그 판단을, 그 논리를 일반인들은 더 이상 믿지도, 존중하지도 않는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전문가의 양식을 회복하는 길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 더 깊이 있는 전문지식의 연마에 힘쓰는 것, 자신의 전문지식과 경륜을 일반인의 의식에 항상 견줘가면서 동행하려는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만이 전문가의 전문성을 일반인들로부터 인정받는 길이다. 전문가의 대오각성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로써 해결되지는 않는다. 일반인도 본인이 전문 영역이 아닌 영역에 있어서는 해당 전문가의 판단을, 논리를 존중하려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내 상식에서, 내 경험에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영역이 전문 영역에서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의 경험을 존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일반인은 전문가의 의견에 마음을 줘보고, 전문가는 본인의 좁은 전문지식만으로 세상을 재단하려 하지 말고 일반인의 평균 감정을 이해해보자. 마치 난마처럼 얽혀 있는 뿌리 깊은 숙제들이 해결될 실마리가 숨어있을지도 모른다.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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