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부터 시작된 '제2회 문해 골든벨'은 100명의 패기 넘치는 청소년들이 50문제에 도전하는 퀴즈 프로그램인 KBS 1TV의 <도전! 골든벨>을 벤치마킹했다. 필자는 예전 <퀴즈 대한민국>과 <우리말 겨루기>에도 출전한 전력이 있다.
그래서 잘 아는데 우리말은 정말 어렵다! 그날 역시 '햅쌀'을 '햇쌀'로 오기하여 낙방한 분들이 많았음은 이런 주장의 방증이다. 또한 '해돋이'를 발음 그대로 '해도지'로 쓰신 분도 보였다. '세숫대야' 역시 어렵긴 매한가지였다.
'식혜'와 신발 '한 켤레' 또한 알쏭하다로 몰고 가는 단초로 작용했다. <제2회 문해 골든벨>에서 대상(大賞)인 '세종대왕상'은 대전늘푸른학교 중학교 과정 3학년으로 공부하시는 김00 님이 수상하셨다. 수상 후에 50대 후반의 주부인 김00 님을 인터뷰했다.
인터뷰 도중, 지난 시절 너무나 가난했기에 중학교를 갈 수 없었다는 말씀이 나왔다. 순간, 동병상련(同病相憐)으로 그만 필자 역시 뭉클하면서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아, 그 시절엔 왜 그렇게 찢어지게 가난했을까... 그랬기에 추석과 설날이 되어야만 비로소 배터지게 송편과 떡국까지 맘 놓고 먹을 수 있었던 것이다.
누차 강조했듯 본(本) 필자 또한 가난이 원수로 작용한 까닭에 중학교라곤 문턱도 밟아보지 못했다. 뒤늦게 깨닫고 치열한 독서와 독학 끝에 지천명의 나이에 3년 과정의 사이버대학에 들어갔지만. 덕분에 배운다는 게 얼마나 황홀하고 행복한지 비로소 절감했다.
[권분한 할머니 "나이 구십에 글자 배우니 분한 마음 몽땅 사라져요"] 8월 24일자 한국일보에 실린 뉴스다.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한글을 깨친 만학도 할머니가 전국 시화전에서 최우수상을 받는다는 보도였다.
= "교육부 산하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개최한 '제8회 전국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내 이름은 분한이'를 제출한 권분한(88) 할머니가 최우수상에 선정됐다.(중략) 20일 경북 안동시 일직면 자택에서 만난 권 할머니는 "나이 구십이 다 되도록 상은 처음"이라며 얼떨떨해했다.
"어머니께서 딸만 셋을 낳아 분하다고 해서 막내인 내 이름을 분한으로 지어줬다"는 권 할머니는 "평생 내가 가장 분했던 것은 글을 모르고 살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중략)
권분한 할머니는 열 살이 조금 넘어 학교에 갔는데 나이가 많다고 받아주지 않았다. "또래들보다 나이가 몇 살 많다고 받아주지 않는 바람에 집에 돌아와 엉엉 울었다"는 할머니는 그 후 80년에 가까운 세월을 자신의 이름 석 자도 쓰지 못하고 살아온 것이다.(중략)
권 할머니가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2년여 전인 2017년 4월 마을 경로당에서 열린 안동시 한글배달교실에서다. 그는 "처음 책을 받아 들고 폈을 때 날아갈 듯 좋았다"며 "글자를 배우면 모르는 것도 없어질 것이라는 기대로 설렜다"고 말했다. 그는 그 후로 지금까지 2년여 동안 결석 한 번 하지 않았다.(후략)" =
[제2회 대전광역시 문해 한마당]을 취재하면서 문해(文解), 즉 '글을 읽고 이해함'을 몰랐다면 과연 나의 삶은 어땠을까를 새삼 곱씹어봤다. 그랬더라면 지금의 기자 활동과 두 권의 저서를 발간한 작가의 꿈 또한 뜬구름이자 포말(泡沫)로 사라졌을 게 분명하다.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글을 모르는 비문해자(非文解者)들이 무려 300만 명에 이른다. 대전에도 12만 여 명의 비문해자들이 있다고 한다.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에 숨어있는 비문해 학습자들이 세상과 소통하고, 내일을 열어가며, 새로운 삶을 만날 수 있도록 해주는 [대전광역시 문해 한마당] 같은 어떤 잔치는 적극 장려하고 지원해야 마땅한 다다익선(多多益善)의 총합(總合)이 아닐까 싶었다.
앞으로도 적지 않은 비문해자들이 뜨거운 열정과 희망을 잃지 않고 배움(學)을 통해 소중한 꿈을 꼭 이루시길 응원한다. 당연한 결론이겠지만 배워야 이긴다. 그래야 온당한 내 목소리까지 마음대로 낼 수 있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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