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난순 기자 |
정현종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망망대해 부유하는 섬. 일렁이는 파도에 나뭇잎 같은 불안한 배에 의지해 거문도에 갔었다. 긴장한 탓에 온 몸의 근육이 돌처럼 굳어져 버려 걸음을 떼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거문도는 만만한 섬이 아니었다. 뭍의 닳아빠진 인간을 완강히 거부했다. 낯선 남도 섬의 풀과 꽃은 소금기가 배어 억셌다. 늙은 어부의 갈퀴같은 손처럼 끈질기게 생명의 끈을 쥐고 있었다. 잠시도 쉬지 않고 부는 바람에 내 몸은 가누지 못해 비틀거렸다. 견디고 말테다. 쑥부쟁이를 뜯어 코 끝에 댔다. 향기로운 그 향에 강팍한 내 심사가 허물어졌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동백나무 숲을 하염없이 걸었다. 낯선 방문객에 물기 머금은 뱀이 소스라치게 놀라 순식간에 사라졌다. 컴컴한 숲을 헤치고 다다른 섬의 끝. 숨죽인 바다는 눈부신 햇살을 받아 잠에서 깨어나는 중이었다. 생선 비늘처럼 반짝이는 바다를 가르며 유영하는 듯한 조각배가 아득히 멀어져갔다. 다시 그 섬에 가고 싶다. 나와 세상을 연결하는 섬, 나를 세상에서 단절시키는 섬.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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