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출규제를 이겨내기 위해 국산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현장을 찾아 나선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달 14일 대전 유성구 한국기계연구원에서 ㈜양헌기공의 공작기계용 인덱싱 드라이브 신뢰성평가 장비의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
장기적으로 원천기술 개발을 통한 부품·소재 국산화가 필요한 만큼 이들 기관의 연구성과와 기술 이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8일 대덕특구 출연연과 KAIST 등에 따르면 일본의 부품·소재 등 일부 품목 수출 규제 조치 이후 기관별 각종 조치를 통해 난관을 헤쳐나가는 데 역할을 하고 있다. 연구원과 KAIST 인력을 활용한 기술 자문 기능과 함께 원천 기술을 민간기업에 이전해 사업화하는 방식이다.
3년째 핵심 기술이전 설명회를 통해 주요 기술을 공유하고 있는 KAIST는 오는 17일 코엑스에서 열리는 설명회에서 일본과 관련된 수출규제·화이트리스트 배제 등 시국에 맞춰 첨단소재부품장비 기술 4개와 특허기술 5개를 공개할 예정이다. 대일 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대체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소재 제조 원천기술인 저열팽창 불소화 투명 폴리이미드와 반도체 관련 원천기술 고해상도 포토레지스트 기술 등 공개를 통해 국내 산업계가 직면한 애로사항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앞서 KAIST는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 이후 발 빠르게 기술자문단 구성을 통해 주요산업 분야 핵심 원천기술 개발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달 5일 전·현직 129명으로 구성된 기술자문단은 구성 한 달 만에 152건에 달하는 문의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중 방문상담을 신청한 기업만 22곳. 오는 10일엔 충남 아산의 한 반도체 장비업체를 방문해 기술자문을 실시할 예정이기도 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도 각각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ETRI는 도우미상담센터에 소재부품 전문 연구원을 배치해 중소기업의 기술 애로사항에 대한 전문적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ETRI가 보유한 물성분석기, 네트워크 애널라이저, 대전력 테스트 장치 등 1900여 점의 고가 연구·시험 장비를 개방·공유해 기업들이 보다 쉽게 기술 테스트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표준연도 일본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하기 위한 컨트롤타워를 가동하고 있다. 표준연은 불화수소 등 반도체 공정가스 품질평가 지원체계 마련과 웨이퍼 불순물 측정분석장비 국산화를 위한 원천기술·장비화 기술개발 연구기획 등을 지원한다.
이런 가운데 관련된 성과도 나왔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지난달 말 국내 중소기업인 ㈜세원하드페이싱과 협력을 통해 일본 수입 의존도 100%인 반도체 코팅 소재 '이트륨옥사이드'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2017년 국내 중소기업인 용사코팅 전문업체 ㈜세원하드페이싱에 용사코팅용 재료 분말의 유동성을 향상할 수 있는 플라즈마 기술을 이전하고 관련 제품 개발을 위한 협력을 추진한 결과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지난 5일 이 같은 성과를 모아 대전 DCC에서 '출연연-기업 테크비즈파트너링' 행사를 열고 출연연 사업화유망 기술 160건을 공개했다. KAIST 연구진의 '작물 피노타이핑' 기술 이전 체결을 비롯해 일본 수출규제 대응을 위한 소재·부품·장비 관련 44개 관련 기술을 공유하고 현장에서 기업 수요를 발굴했다.
원광연 NST 이사장은 지난달 13일 일본 수출규제와 관련한 출연연 기관장 간담회에서 "장기적, 궁극적으로 기술경쟁력을 키우고 기술자립을 이룰 수 있도록 원천기술 경쟁력 확보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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