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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진 지음│민음사
어느 여름날, 수영장을 갖춘 양평의 한 저택에 세 명의 사람들이 모인다. 3년 전 의문의 교통사고로 잃은 아들 '상운'의 생일을 맞아 귀국한 손경애, 상운에게 의뢰받아 저택 설계를 했던 친구 권세현, 그리고 권세현과 약혼한 사이이자 갤러리 큐레이터인 정수연이다.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생을 바칠 만큼 사랑했던 사람을 잃은, 혹은 잃어 가는 중이라는 것. 세 사람은 닷새의 시간을 함께 보내며 각자의 진심을 조금씩 풀어놓는다. 마음의 형태는 저택 수영장의 물빛처럼 일렁이며 모습을 드러낸다.
셋은 상운과의 추억을 늘어놓으며 함께 생일 케이크 초를 켜고, 멋진 식사를 즐기고, 수영장에서 여유로운 한때를 보내지만 각자가 지닌 내밀한, 내밀하여 밖으로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애틋한 마음들은 닫힌 공간과 제한된 시간 속에서 서로 필연적으로 부딪치고 만다. 상운이 의뢰한 대로 "분리된 듯 서로 연결된" 구조로 설계된 저택 안에서 셋의 시선은 끊임없이 엇갈리고 충돌한다. 그 엇나감과 충돌에서 비롯된 팽팽한 긴장이 소설 전체를 가득 메우고 있다. 작가가 설계한 시공간적 제약은 깎여 나가는 절박한 감정들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그 안에서 상실의 경험을 나눠가진 이들은 파국이 아닌 새로운 관계의 기미를 끝내 드러낸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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