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어린이 제공 |
권정생 지음│최석운 그림│엄혜숙 해설│길벗어린이
노랑 아기 밀짚잠자리가 냇가 버드나무 가지에서 바깥세상 구경을 나섰다. 물속 애벌레 시절엔 보지 못한 푸른 하늘과 흰 구름에 기분이 좋다.
날기에 아직 힘에 부쳐 방천둑 잔디밭에 앉았던 밀짚잠자리는 방아깨비를 만난다. 어디서, 왜 왔는지 묻는 방아깨비의 질문에, 밀짚잠자리는 아주아주 먼데서 왔다며 하나님 나라에 갈 거라고 말한다. 정확히 어딘지 모르지만 가보고 싶은 곳. 고추밭에서 만난 무당벌레는 하나님 나라가 저어기 미루나무 꼭대기라고 알려준다. 커다란 황소가 누워 있는 시골집, 아기가 아장아장 걸어가는 골목길 등 밀짚잠자리의 세상 구경은 계속된다. 먹이를 물고 지나가던 개미들에게선 부지런해야 먹을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배운다.
권정생 선생의 작품 속 주인공 밀짚잠자리는 세상에 태어나 자라는 아이들과 닮았다. 이것저것 구경하고 여러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지혜를 배우고 지식을 익힌다. 밀짚잠자리가 가고 싶어하는 하나님의 나라처럼, 이루고 싶은 꿈이 있어 힘을 내기도 한다.
살다보면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남에게 상처를 주는 일도 생긴다. 그런 필연도 작품 속에 있다. 배가 고파진 밀짚잠자리는 하루살이를 먹는다. 하루살이들은 "도깨비가 우릴 잡아먹는다"며 무섭다고 달아난다. 밀짚잠자리는 깜짝 놀란다. 내가 왜 도깨비가 되었나 가슴이 찡하게 아파온다. 아이들도 어쩔 수 없이 했던 일인데 다른 사람에게 원망의 말을 듣게 되는 날이 있을 것이다. 그런 날에는 이제 상대에게 미움 받게 된 것 같아 눈물이 펑펑 나기도 한다.
작품은 시냇물 속에 달님을 비춰 밀짚잠자리의 아픈 마음을 달래준다. 세상에는 아주 예쁜 것, 미운 것, 무서운 것이 있으니 기쁘고 즐겁고 무섭고 슬프기도 한 것이라고. 밀짚잠자리는 한참을 생각하다 잠이 든다. 탄생과 죽음, 때론 두렵고 슬프지만 행복도 가득한 자연과 세상의 이치. 모든 생명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작가의 철학이 오롯이 담겼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무렵에는 삶을 배워가는 아이들의 고단한 마음을 알아주는 달님같은 어른이 많아지기를, 세상이 그렇게 환해지기를 바라게 된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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